[애니멀피플] 돌고래 타기는 어떻게 시작됐나
원래 숙련된 조련사가 하던 돌고래쇼…고가 체험 상품으로 내놓아
돌고래 의한 안전사고 우려 커…멕시코서 어린이 물려 끌려다니기도
원래 숙련된 조련사가 하던 돌고래쇼…고가 체험 상품으로 내놓아
돌고래 의한 안전사고 우려 커…멕시코서 어린이 물려 끌려다니기도
거제씨월드는 큰돌고래와 흰고래를 타는 ‘VIP 라이드’ 체험 상품을 20만원에 내놓았다. 거제씨월드 홈페이지, 에스엔에스 갈무리
돌고래쇼 조련사들이 하던 고난이도의 동작 원래 돌고래 타기(dolphin ride)는 돌고래쇼에서 시작됐다. 돌고래쇼 초기에는 △공중 점프 △물 찰싹 때리기 △소리내기 등 단순 행동을 관중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돌고래 산업이 엔터테인먼트화 되면서, 돌고래쇼는 돌고래와 인간이 벌이는 집체극으로 발전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가 돌고래쇼를 ‘산업’으로 성장시킨 미국의 해양테마파크 시월드다. 볼거리의 중심에 돌고래쇼를 두고, 해양동물 수족관과 각종 놀이기구를 배치해 거대한 테마파크로 만든 것이다. 돌고래쇼는 내러티브를 갖춘 하나의 스펙터클 뮤지컬이 된다. 조련사는 돌고래의 등에 올라타고 질주하다가 대포처럼 하늘을 날아간다. 시월드는 돌고래 말고도 범고래를 쇼에 동원하면서 스펙터클의 차원을 높였다.
2008년 서울대공원의 사육사가 돌고래 등에 타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돌고래가 당신을 물 수도 있다 하지만, 야생의 바다에서 돌고래는 자신의 등에 무언가를 태우지 않는다.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스트레스는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큰돌고래의 몸무게는 평균 300㎏. 그나마 조련사라면 부력을 적당히 이용해 돌고래가 느끼는 압박감을 줄이겠지만, 돌고래가 처음인 일반인은 무서워서 꽉 잡기만 한다. 거제씨월드는 돌고래 타기에 큰돌고래뿐만 흰고래(벨루가)도 동원하고 있다. 흰고래는 평균 몸무게가 1t 안팎으로 큰 덩치를 지녔지만, 그 때문에 큰돌고래처럼 날렵하고 빠르지 않다. 또한 조련사와 달리 일반인은 돌고래의 행동에 익숙하지 않아서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거제씨월드에서 관람객을 상대로 터치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남종영 기자
미국 시월드 “돌고래 타기 공연 안 한다” 2012년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 논란이 일면서, 서울대공원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바다로 방사하기로 결정한다. 동시에 ‘돌고래 타기’ 등을 인위적인 행동으로 보고, 수중쇼를 중단하기에 이른다. 돌고래 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 시월드도 지난 2월 조련사들의 돌고래 타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동물단체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은 미국 시월드의 주식 163주를 사들여 경영을 감시하고 있는데, 돌고래 타기를 중지하라고 요구해왔다. 결국 시월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보낸 문서에서 “더는 돌고래 서핑(돌고래 타기)을 하지 않을 것이며, 부리 위에 서는 행동 등의 공연도 몇 달 안에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칸쿤의 한 돌고래 체험형 수족관에서 올린 ‘돌고래 타기’ 광고. 돌핀디스커버리 홈페이지 갈무리
트립어드바이저는 돌고래 시설 판매 중단 2019년 세계동물보호협회(WAP)가 펴낸 돌고래 산업 보고서인 <미소의 뒤에서>를 보면, 동물학대 논란에 직면한 돌고래 산업의 중심이 기존의 대형 쇼에서 고가의 체험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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