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환경부, 불법증식 사육곰 몰수보호시설 예산 수립 녹색연합 “보호시설 설립으로 40년 사육곰 비극 마쳐야”
국내 사육곰 농가에서 불법증식한 곰을 몰수·보호할 수 있는 시설 건립이 추진된다. 2019년 한 농가에서 적발된 불법 증식 새끼곰. 녹색연합 제공
그동안 방치됐던 국내 불법증식 사육곰을 몰수·보호할 수 있는 시설 건립이 추진된다.
1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2021년도 환경부 소관 예산 및 기금안에 불법증식 개체 몰수보호시설 설계비 1억5천만 원이 포함됐다. 이로써 2016년부터 현재까지 사육곰 농가에서 불법증식된 36마리의 반달곰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 1급이자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 사육농가 반달곰의 처지는 조금 다르다. 종 복원을 위해 보호받는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달리 사육곰들은 웅담을 위해 수입된 뒤 산업적 가치가 떨어지자 철창 안에 방치됐다.
사육곰은 정부가 1981년 농가 소득증대를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의 장려로 1985년까지 총 493마리의 곰이 수입됐지만, 1993년 한국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수출 길이 막혔다.
이후 정부는 농가의 손실을 보존하는 방안으로 10년 이상된 개체들의 웅담 채취를 허용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30여 개 농가에 남아있는 사육곰은 431마리로, 이들 사육곰은 10살이 넘어 합법적으로 도축되기 전까지는 철창을 빠져나올 수 없다.
국내의 한 사육곰 농가의 철창 속에 있는 사육곰들. 중성화 수술을 통해 추가 증식을 막긴 했으나,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러한 반달곰 감금 사육이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받자 정부는 중성화 사업을 통해 개체 증식을 막아왔다. 환경부는 2014년부터 4년간 국내 사육곰의 중성화를 완료해 개체 증식은 막았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여전히 수익을 위해 불법증식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 녹색연합 모니터링에서는 한 사육농가에서 새끼 곰 10마리를 불법증식한 사례가 밝혀졌다. 올해 불법증식 된 3마리를 포함해 지난 5년간 농가에서 증식된 사육곰은 36마리다.
지난 6월에는 경기도 한 농가에서 사육곰을 불법 도살하고 판매를 시도해 논란이 됐다. 이 농가는 이미 네 차례 적발을 통해 32마리의 곰을 불법 증식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몰수 후 보호시설이 없어 벌금형만을 선고받았다. (▷“손님들 초청해 사육곰 불법 도살”…그래도 몰수할 수가 없다)
녹색연합 박은정 간사는 “그동안 농가의 불법 증식을 적발하더라도 처벌이 미약한 탓에 매년 문제가 반복됐다. 보호시설이 없어 법원도 새끼 곰 몰수 판결을 못 내렸는데 이제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고통받아온 반달가슴곰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몰수보호시설 설립을 시작으로 40년의 한국 사육곰 산업 역사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