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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사자의 목숨을 소유하고 처분하는 사람들

등록 2020-09-03 14:21수정 2020-09-03 14:31

[애니멀피플] 장노아의 사라지는 동물들
바바리사자와 로얄 클록 타워,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바바리사자와 로얄 클록 타워, 종이에 수채, 76X57cm, 2014

바바리 사자: 야생 절멸
로얄 클록 타워: 601m, 메카, 사우디 아라비아

만일 어떤 사람이 어린이 학대죄로 기소된다면, 온몸을 바쳐서 자기들을 돌봐주는 자연의 얼굴을 짓밟은 사람도 기소되어야 하리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사자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바바리사자는 주로 북아프리카의 산악지대에 서식했다. 풍성하고 짙은 갈기가 목에서부터 배 밑까지 이어진 아름다운 바바리사자는 아틀라스 사자, 누비아 사자로도 알려져 있다.

바바리사자는 주로 홀로 생활하거나 동성끼리 짝을 지어 다녔으며 붉은 사슴, 멧돼지, 큐비어 가젤 등을 잡아먹었다. 갈기는 짙은 색이고 얼굴의 털과 눈동자의 색은 황색이나 황금색으로 빛났다. 수컷의 몸길이는 2.7~3.4m, 몸무게는 180~270kg이고 암컷은 110~180kg 정도다.

암수는 1월로 추정되는 번식기에만 함께 지냈고 임신 기간인 110여 일 후에 1~6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새끼는 1.6kg 정도로 생후 6일째에 눈을 뜨고 13일 정도 지나면 걷기 시작해 성적으로 성숙해지는 2년쯤 후에 어미 곁을 떠났다.

3000여 년 전, 북아프리카의 산맥에 농장과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베르베르족은 바바리사자의 생존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시기는 로마 시대였다. 6세기에 걸쳐 수천 마리의 바바리 사자가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죽임을 당했다.

바바리 사자, 종이에 연필, 2014
바바리 사자, 종이에 연필, 2014

18세기 초에는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과 아틀라스 산맥에 고립되어 살던 개체군이 사라졌고, 남아 있던 바바리사자는 현지 가이드를 앞세운 유럽인의 대규모 사냥으로 야생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광범위한 산림 벌채와 인간의 정착지 확장도 멸종을 앞당겼다. 야생의 마지막 바바리사자는 1942년, 모로코에서 사살됐다.

과거 모로코 왕실은 세금 대신 바바리사자를 받아 궁전에서 길렀다. 궁전에서 자라던 사자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대부분 죽게 되자 사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수도인 라바트 인근에 테마라 동물원을 짓기도 했다.

현재 테마라 동물원에 있는 개체들은 바바리사자의 순수혈통을 계승한 것으로 여겨진다. 야생 바바리 사자는 멸종했지만 다른 아종의 사자와 교배 후 태어난 혼혈 바바리사자가 지금도 세계 각국의 동물원에 남아 있다.

몇 년 전, 한 미국인 치과의사가 짐바브웨에 살던 유명한 사자, 세실을 죽이고 기념으로 박제하기 위해 머리를 잘라냈다. 그는 이미 5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사냥한 전적이 있었고 사자를 죽인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보호지역인 황게국립공원 밖으로 세실을 유인해 죽였는데, 사냥꾼들이 법적인 처벌을 피하려고 동원하는 교묘한 수법이었다.

그가 사냥을 위해 지불한 돈은 당시 3만5000달러, 한화로는 약 4100만원이었다. 전 세계적인 논란과 비난이 일었지만 세실을 죽인 의사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사냥한 것이라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동물 사냥은 과거 상류계층의 유희였고 권세의 상징이었으며 지위가 높고 부유할수록 사냥을 벌이는 규모도 컸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고 자연과 동식물은 왕이나 귀족의 사유물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소중한 유산이다.

스포츠 사냥과 박제 기념품에 대한 집착을 보면서 인간의 소유욕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고흐의 그림을 소유했던 대부호의 일화가 떠올랐다. 1990년, 일본의 거부 사이토 료헤이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고흐가 죽기 한 달 전에 그린 1890년 작作 ‘닥터 가셰의 초상’을 8250만 달러, 한화로는 약 1000억원에 구입했다.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사이토 료헤이는 그림을 금고에 단단히 보관한 후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자신이 죽으면 그림과 함께 화장해 달라는 유언까지 남겼다. 고흐의 작품을 영원히 소유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걸까? 다행히 그의 유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고흐는 생전에 극심한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렸고 그림을 단 한 점 팔았다. 지금은 전 세계 부호들이 고흐의 그림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관심이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은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은 데다 손실도 거의 없기 때문에 최고의 투자품으로 여겨지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돈을 주고 샀으니 고흐의 그림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된다는 생각, 돈을 냈으니 사자든 곰이든 사슴이든 마음껏 죽여도 된다는 생각은 황금만능주의와 그릇된 소유욕을 보여 준다.

그림도 동물도 갖고 놀다 버리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고흐의 영혼이 담긴 그림 값은 과연 얼마일까. 사자나 코끼리의 생명 값은 또 얼마일까. 누가 무슨 자격으로 값을 정할 수 있을까.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갈 때면, 가까이 다가와 만져도 되느냐고 묻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부터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예쁘게 반짝이는지 모른다.

스포츠 사냥을 하는 사람도 동물을 좋아하거나 혹은 무서워하던 평범한 아이였을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 생명을 죽이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된 데는 끔찍한 행위를 허용한 사회의 책임도 크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을 향한 강한 호기심과 갈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호기심과 갈망이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것을 제어해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호기심만큼 강한 상상력이 있기에, 그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세상 어딘가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Barbary Lion and Makkah Royal Clock Tower

Barbary Lion Extinct in the Wild
Makkah Royal Clock Tower 601m, Mecca, Saudi Arabia

The Barbary lion, also known as the Atlas lion and the Nubian lion, inhabited mountainous areas of North Africa. The Barbary lion was the biggest and the most beautiful of all lions and was described as having a very dark and long mane that extended over the shoulder and under the belly. The Romans pitted the Barbary lion against gladiators in battle in the Colosseum, and thousands of these lions were slaughtered over six hundred years, which resulted in a sharp decline in its population. In the early 18th century, Barbary lions lived in isolation in the Atlas Mountains and Northwest Africa. The remaining Barbary lions were completely extirpated in the wild due to excessive hunting by Europeans guided by local guides. Massive deforestation and expanded human settlement in what was once habitats of the lion served to accelerate the extinction of the species. The last Barbary lion discovered in the wild was shot in Morocco in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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