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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벨루가 서핑, 동물 해칠 수 있는 최악의 체험”

등록 2020-09-22 17:41수정 2020-09-24 09:42

[애니멀피플] ‘거제씨월드 사태로 본 고래류 체험 문제’ 토론회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거제씨월드 사태로 본 고래류 체험 문제와 향후과제’ 토론회에 참여한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는 “벨루가를 밟고 올라서는 행동은 동물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거제씨월드 누리집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거제씨월드 사태로 본 고래류 체험 문제와 향후과제’ 토론회에 참여한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는 “벨루가를 밟고 올라서는 행동은 동물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거제씨월드 누리집
조련사의 손짓에 따라 점프하고, 사람을 등에 태운 고래들은 과연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느낄 수 있을까? 최근 경남 거제씨월드의 돌고래·벨루가(흰고래) 체험이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이런 체험행사가 해양동물의 행동 풍부화와 사회성 증진에 도움을 준다는 수족관 쪽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해양포유류학자의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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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프로그램은 고래 신체에 충격”

22일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양이원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동물권행동 카라,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은 ‘거제씨월드 사태로 비춰 본 고래류 체험 문제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고래류의 생태와 습성을 연구해온 해양포유류학자, 수족관 시설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이야기해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국내 고래류 수족관 관련 정부부처 담당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동물복지기관(AWI·Animal Welfare Institute) 나오미 로즈 박사는 “벨루가나 큰돌고래 등에 타는 것은 비자연적인 행위로, 동물의 신체에 큰 충격을 주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즈 박사는 거제씨월드의 ‘벨루가 서핑’을 두고 전 세계 어느 수족관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벨루가의 등에 올라탄 조련사. 핫핑크돌핀스 제공
벨루가의 등에 올라탄 조련사. 핫핑크돌핀스 제공
로즈 박사는 이날 화상회의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로즈 박사는 이날 화상회의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수족관 고래류 체험 프로그램이 미치는 동물복지 문제’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로즈 박사는 야생상태의 고래 습성과 서식환경 등을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로즈 박사에 따르면, 야생상태의 벨루가들은 하루 평균 10~20㎞를 이동하며, 길게는 60~70㎞까진 헤엄친다. 주로 수심 10~50m 내에서 생활하지만 하루에 한 번 이상 600~900m 심해까지 잠수한다.

벨루가들은 주로 러시아 오호츠크 해에서 포획되는데, 이동과 순치의 편이성 등으로 아주 어린 개체들을 포획한다. 이렇게 포획된 벨루가들은 굶주림과 저체온증, 화상 등을 겪으며 전 세계 수족관으로 옮겨진다.

로즈 박사는 체험프로그램들이 이미 수족관을 감옥으로 인지하는 벨루가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최악은 벨루가의 발성기관이 있는 말랑한 이마를 밟고 올라선다는 것이다. 그 위에 사람이 올라타서 누른다는 것은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즈 박사는 이날 화상회의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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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쇼·체험 관리할 법령 전무

‘수족관 고래류 법령 제도 개선방향’에 관해 발표한 전진경 카라 이사는 “현재 고래류 전시와 사육에 관한 법적 장치는 매우 미흡한 편이다. 2013년 장하나 전 의원의 발의로 동물원법이 마련됐지만 2016년 법안이 통과하기까지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내용은 모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토론회 또한 동물의 쇼 체험 문제로 모이게 됐는데, 현행 동물원수족관법은 행정운영 중심의 내용만 담고 있어 동물복지에 관한 부분을 관리하고 제재할 방법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20마리 돌고래들의 주된 폐사원인은 패혈증, 폐렴, 신장 질환 등이었다.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20마리 돌고래들의 주된 폐사원인은 패혈증, 폐렴, 신장 질환 등이었다.
전진경 이사는 수입 뒤 폐사한 돌고래 20마리의 폐사 원인과 투약기록 등을 공개했다. 돌고래들의 주된 폐사 원인은 패혈증, 폐렴, 신장 질환 등이었다. 그는 국내 한 수족관의 사육일지와 투약 내역을 설명하며 “비타민, 유산균 등의 건강보조 약품을 제외한 장기 투약기록은 모두 항생제였다. 중증질환에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와 3~4개의 항생제가 중복으로 처치된 경우도 있었다”며 “(수족관의 주장처럼) 고래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수족관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진경 이사는 개선방향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첫째는 더이상의 수입과 자체번식을 막고 국내 7곳 수족관에 남아있는 30여 마리 고래들의 방류를 고려하는 것이고, 둘째로 고래류 쇼 체험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하고 행동풍부화 연구를 통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진경 이사는 바다쉼터와 관련해 “서울대공원 태지의 경우, 서울대공원이 방류를 결정했지만 아직도 제주 퍼시픽랜드에 위탁된 상황이다. 최근 평창의 브리딩센터 건립 예산이 500억 규모로 밝혀졌다. 바다쉼터 건립은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이다. 진보적인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류종성 안양대 교수는 바다쉼터 조성 의견에 힘을 실었다. 류종성 교수는 “환경부가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복원 사업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고래도 종 보전이 필요한 야생동물로서 바다쉼터 조성에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교수는 더불어 국내 바다쉼터 후보지로 경주 문무대왕릉 앞 바다를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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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팬데믹, 돌고래에서 오지 말란 법 없다”

정부 쪽 토론자로 나선 장성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과장은 “고래류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성과 문제의식에 많이 공감하고 있다. 전시용 돌고래의 경우 현재 CITES 2급으로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남아있는 수족관 돌고래들의 처우와 관련해서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전문 검사관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제씨월드의 감독기관인 경남도청 이종하 해양수산과 과장은 “최근 해수부와 함께 3차례 현장점검을 통해 시설을 점검했고, 추후 협의체 구성을 통해 동물학대 부분은 계속 점검할 예정이다. 다만, 시설폐쇄와 체험 중단의 경우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제씨월드 연 매출 22억원 가운데 4억원이 체험 수입으로, 당장 체험을 중단할 경우 이 부분의 손실 보전이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다음 팬데믹은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돌고래도 포유류다. 다음 인수공통전염병이 돌고래에서 오지 말란 법이 없다. 고래류 체험 금지는 단순히 동물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국가안보의 문제다.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줄이고 국가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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