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야생동물

국내 최대 남생이 서식지 발견 2년 만에 망가져

등록 2020-09-23 15:05수정 2020-09-23 16:38

[애니멀피플]
경주 천군동 저수지, 토목공사하며 물 빼…“한 마리도 못 봐”
남생이 국내 최대 서식지이던 경주시 천군동의 저수지. 왼쪽이 2018년 5월, 오른쪽은 물을 뺀 지난 3월 모습이다. 구교성 박사 제공.
남생이 국내 최대 서식지이던 경주시 천군동의 저수지. 왼쪽이 2018년 5월, 오른쪽은 물을 뺀 지난 3월 모습이다. 구교성 박사 제공.
멸종위기 토종 거북으로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남생이의 집단 서식지가 알려진 지 1년도 못 돼 완전히 망가져 남생이가 자취를 감췄다.

구교성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연구원은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남생이 서식지인 경북 경주시 천군동 1385번지의 소형 농업용 저수지를 조사했지만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구 박사는 2018년 이 저수지에서 남생이 성체 28마리와 어린 개체 21마리를 확인해 한국환경생태학회지 2019년 8월호에 보고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남생이 개체군인 만큼 남생이와 서식지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멸종위기 토종 거북 ‘남생이’ 최대 서식지 발견).

훼손되기 전 저수지 수몰 나무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남생이(A). 구교성 박사 제공.
훼손되기 전 저수지 수몰 나무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남생이(A). 구교성 박사 제공.
이 저수지는 둘레가 약 500m인 소규모이지만 물에 잠긴 나무가 일광욕 장소를 제공하고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이는 등 서식 여건이 좋아 남생이가 순조롭게 번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경주시가 땅꺼짐 복구 공사를 하면서 저수지 물을 빼 남생이 서식지가 크게 훼손됐다.

지난 3월 저수시의 물을 뺀 모습. 구교성 박사 제공.
지난 3월 저수시의 물을 뺀 모습. 구교성 박사 제공.
구 박사는 “남생이의 월동기인 3월은 물론 활동기인 9월 18일에도 물이 빠진 상태였고 남생이를 한 마리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남생이가 주로 은신하며 해바라기를 하던 물에 잠긴 나무가 모두 물 밖에 드러나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남생이가 서식하는지 몰랐다”며 “저수지가 사업계획에 포함된다면 대체 서식지 마련 등 남생이 보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토종 민물 거북인 남생이. 외래종 붉은귀거북 도입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토종 민물 거북인 남생이. 외래종 붉은귀거북 도입으로 치명타를 맞았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남생이는 자라와 함께 우리나라 토종 거북으로 전국 하천과 저수지에 널리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 그리고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이 대대적으로 도입되면서 자취를 감춰 2005년 천연기념물 453호로 지정됐고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기도 하다.

구 박사는 “잘 관리했다면 남생이가 번식하며 개체군을 유지할 드문 서식지였다”며 안타까워했다.

저수지의 9월 20일 모습. 수초로 덮여있지만 물이 빠진 상태여서 남생이가 은신할 곳은 없다. 구교성 박사 제공.
저수지의 9월 20일 모습. 수초로 덮여있지만 물이 빠진 상태여서 남생이가 은신할 곳은 없다. 구교성 박사 제공.
신용운 문화재청 주무관은 “3월에 서식을 확인했지만 개발 사실은 이제야 알았다”며 “재조사와 개발 계획 검토 등 보존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개가 보는 세상은 과연 흑백일까 1.

개가 보는 세상은 과연 흑백일까

푸른 뱀의 해 2025년…그런데 뱀이 무섭다고요? 2.

푸른 뱀의 해 2025년…그런데 뱀이 무섭다고요?

내일부터 개인 농가 ‘곰 사육 금지’…‘도살’도 인도적 방식으로 3.

내일부터 개인 농가 ‘곰 사육 금지’…‘도살’도 인도적 방식으로

‘내 어깨 위의 고양이’ 주인공 밥, 세상 떠났다 4.

‘내 어깨 위의 고양이’ 주인공 밥, 세상 떠났다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