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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가 ‘루오’마저…이어지는 수족관 고래들 죽음

등록 2021-05-10 13:54수정 2021-05-10 14:06

[애니멀피플]
아쿠아플라넷 여수서 10개월만에 벨루가 또 사망
사인은 ‘장꼬임’…“남은 벨루가 ‘루비’ 방류해야”
전남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이던 벨루가 ‘루비’가 5월5일 폐사했다. 지난해 7월 ‘루이’가 죽은 지 10개월 만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전남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이던 벨루가 ‘루비’가 5월5일 폐사했다. 지난해 7월 ‘루이’가 죽은 지 10개월 만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제주 마린파크의 마지막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 촉구가 거센 가운데, 지난 5일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한 마리가 또 수족관에서 삶을 마감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12살 수컷 벨루가(흰고래) ‘루오’가 5일 장염전증으로 사망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7월 전남 여수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루이’가 사망한 지 불과 10개월 만이다. 사육 중이던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가 지난해와 올해 폐사한 것이다. 현재 아쿠아플라넷 여수에는 암컷 벨루가 ‘루비’(11살) 한 마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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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또…벨루가 죽음

동물단체는 루오의 폐사가 예고된 죽음이고 인간에 의한 동물살해라며 강한 비판을 내놨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루이 사망 즉시 시민단체들은 생존해 있는 수컷 루오와 암컷 루비의 방류 계획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는 생업 등을 이유로 계획 수립에 전혀 임하지 않았고, 5월 5일 루오 마저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따르면, 루오의 사인은 장염전(Volvulus·소화관의 일부가 장간막을 축으로 회전하거나 주변 섬유화에 의해 유착되어 꼬인 상태)에 의한 쇼크사였다. 아쿠아플라넷은 6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및 서울대학교와 함께 부검을 실시했다. 보다 명확한 폐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추가로 조직검사 등 정밀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3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동물단체들은 남아있는 벨루가 ‘루비’의 방류책을 즉각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동물자유연대는 “잇따른 벨루가 죽음보다 심각한 문제가 현재 살아남아 있는 루비의 생존이다. 극도로 열악한 상태에 처한 채 사육 당하고 있는 루비를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020년 주 수조 뒤편 내실에서 지내고 있는 ‘루비’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2020년 주 수조 뒤편 내실에서 지내고 있는 ‘루비’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들은 루비가 그동안 루이·루오와의 합사 실패로 비좁은 내실에서 지내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5년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작성한 ‘한·러 해양포유류 공동연구’ 보고서에서 “수컷 벨루가들이 암컷 루비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행동을 보여 수컷을 메인 수조에, 암컷을 보조 수조에 격리 수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보고서는 △좁은 보조수조에 장기간 수용된 루비의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축적, 피부병 유발 등의 문제 발생 △허리가 굽어지는 척추 만곡이 발생될 우려 등을 들어 루비를 좁은 수조에서 사육하는 것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수족관의 관리부실이 의심되는 사진도 공개됐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해 8월 루이 폐사 이후 아쿠아플라넷 여수 현장을 방문했을 때, 벨루가, 바다사자, 참물범의 수조는 여기저기 페인트가 다 벗겨지고 검은 물때로 뒤덮여 있었다. 심지어 벨루가 수조 바닥엔 누군가 물때를 긁어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한 흔적도 남아있었다”며 당시 사진을 공개했다.

2020년 8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점검 당시 아쿠아플라넷 여수 벨루가 수조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2020년 8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점검 당시 아쿠아플라넷 여수 벨루가 수조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2020년 8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점검 당시 아쿠아플라넷 여수 벨루가 수조의 모습. 물때 위에 누군가 낙서한 흔적이 남아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2020년 8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점검 당시 아쿠아플라넷 여수 벨루가 수조의 모습. 물때 위에 누군가 낙서한 흔적이 남아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10일 애니멀피플과의 통화에서 “루비는 작년 이후로 루오와 합사에 성공해 메인 수조에서 지내왔다. 성별이 달라 임신이 될 수 있는 일정 기간에는 각각 다른 수조에서 지냈기 때문에 혼자 있었던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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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방류 계획에 적극 나서야”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벨루가들은 2014년 4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반입됐다. 야생에서 포획된 루이(2020년 7월 폐사), 루오(2021년 5월 폐사), 루비는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 중개로 국내에 반입돼 여수세계박람회장(현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전시된 뒤 현재까지 위탁 관리 되어왔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전시돼 왔지만, 원 소유자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재단’(이하 재단)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재단은 해양수산부 소속기관으로서 재단 이사장을 해양수산부가 임명한다. 실질적 소유가 정부에 있으므로 해양수산부가 벨루가 죽음과 방류에 대한 최종책임자”라며 “해양수산부가 루비 방류 계획에 보다 적극적이고 즉각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쿠아플라넷도 벨루가를 조건 없이 방류해야 한다. 이제라도 방류를 결정하는 것만이 벨루가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다 죽음에 이르게 만든 책임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10일 해양수산부는 “재단 쪽과 협의를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벨루가 도입 당시 국가 예산이 들어간 것은 맞지만, ‘여수박람회법’에 따라 관리를 하게 된다. 방류를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어서 관리 주체, 기관들과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해양생태과 이재영 과장은 “방류가 결정되더라도 국내 토착종이 아닌 벨루가는 고려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아이슬란드, 러시아 등의 국외로 보낼 것인지 국내 바다쉼터로 보낼 것인지부터 국내 환경(수온, 수심) 등에 적응이 가능할지 여부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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