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해 루마니아를 거쳐 광주에 무사히 도착한 최마르크(13)군. 고려인마을 제공
전쟁의 참화 속에 불안에 떨었던 열세살 우크라이나 소년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에 무사히 도착했다.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 고려인마을에 사는 우크라이나 출신 재외동포 최비탈리(64)씨는 14일 손자 최마르크군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광주에 무사히 도착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날 오전 11시께 최마르크군은 엄마 최아나스타샤(35)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최비탈리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350㎞ 정도 떨어진 소도시에서 손자가 전쟁을 피해 지난 8일 주변국 몰도바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최씨는 손자와 휴대전화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상황을 주고받았다. 2014년 한국에 와 고려인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아들 등과 사는 최씨는 전쟁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한국에 사는 며느리를 급히 현지로 보낼 결심을 했다. 최씨 며느리는 지난 8일 한국에서 출발해 터키를 거쳐 10일 루마니아에 도착해 극적으로 최마르크군과 만났다.
우크라이나에 살던 손자를 한국으로 무사히 입국시킨 우크라이나 출신 재외동포 최비탈리씨.고려인마을 제공
최씨 가족들은 최군 입국 비자 문제 때문에 걱정했다. 다행히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루마니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최마르크군 입국 비자를 발급해 줘 한국으로 손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최비탈리씨는 “주말인데도 입국 비자를 신속하게 발급해준 루마니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천영 고려인마을 이사장은 “광주에 도착한 최씨의 손자는 현재 자가 격리 중이며, 건강하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고려인마을은 지난 13일 마을 산하 고려방송(93.5Mhz)을 통해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 돕기 생방송을 진행해 500만원을 모금했다. 고려인마을은 최비탈리씨 가족이 출국하기 전 항공료에 보태도록 100만원을 건넸다. 고려인마을은 남루이자(56)씨에게도 성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남씨의 10살 손녀도 우크라이나에서 헝가리로 탈출해 우크라이나인의 보호를 받으며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고려인마을은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오려는 동포들의 수가 3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루마니아나 폴란드, 몰도바나 헝가리 등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국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영 고려인마을 이사장은 “현지에서도 무국적자 신분으로 살아와 고려인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한국 비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의 귀국을 위해 조상의 나라인 한국이 국가적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일대엔 2000년대 초반 이후 소련에 살고 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12개 나라 고려인들이 들어와 모여 살기 시작해 5700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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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들 “즈드라스트부이쩨” 여기선 안녕혀라~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1008084.html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