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에 설치돼 정부기관의 균형인사정책을 총괄해온 균형인사협의체가 지난달 26일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한겨레>가 국가법령센터 누리집을 보니, 균형인사협의체(협의체) 설치 근거인 ‘균형인사협의체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지난달 26일자로 폐지되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협의체는 2018년 2월 성평등 분야 2명, 장애인·지역인재·이공계·사회통합형·다문화 분야 각 1명으로 이뤄진 민간전문가 7명과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10개 관계부처 공무원 12명으로 출범했다. 2019년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을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균형인사 정책을 점검·심의하는 기구로 확대돼 지금까지 13차례 회의를 해 균형인사 추진 세부이행계획 등을 논의해왔다.
협의체를 없앤 이유를 묻는 김 의원실의 질의에 인사처는 “처 내의 ‘정책자문위원회’(정책자문위)와 기능·역할이 유사해 운영 실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인사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도 “올해부터 정책자문위에서 전체적으로 자문을 받고 필요할 때마다 이공계, 장애인 등 전문가를 따로 모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자문위는 인사처의 기본 정책과 장·단기 발전계획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기구여서 균형인사 정책을 다루는 기구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 의원실이 인사처로부터 확보한 정책자문위 위원 구성 현황을 보면 기존 협의체에 있던 성평등, 장애인 등 관련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고, 행정학·경영학·법학 전공 교수와 변호사, 기업인, 연구원 등 8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균형인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협의체 대신 인사정책 전반을 자문하던 기구가 균형인사 분야까지 맡을 경우 정책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인사처는 “균형인사협의체에 각 분야별 전문가가 한 사람씩 있었던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행정학 전문가를 중심으로 운영됐다는 점이 정책자문위와 비슷하다”며 “꼭 협의체가 아니어도 간담회 등 다른 통로를 통해 균형인사에 대한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처는 균형인사협의체 폐지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2022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를 내어 중앙부처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이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장애인·지역인재·이공계 등의 채용인원과 고위공무원 비율이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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