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유치한 대규모 국제 행사에 김진태 강원지사가 불참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지사가 불참한 행사는 강원도·평창군·노벨평화상수상자월드서밋사무국이 12일부터 사흘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이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월드서밋은 냉전 해체 등의 공로로 199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창설했으며,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수상기관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강원도가 이 행사의 유치를 확정지은 건 지난 5월이다. 2024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대회 개최에 앞서 세계적인 관심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최문순 전 강원지사 시절인 지난 2월 유치전에 뛰어들어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터키 등과 경쟁한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행사는 1999년 첫 대회부터 2007년 8회 대회까지는 이탈리아에서 열렸고, 이후에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2017년 콜롬비아와 2019년 멕시코 행사에서는 개최국 정상이 참석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았다.
강원도의 태도가 급변한 건 지난 7월 김진태 강원지사가 취임하면서부터다. 강원도는 이 행사에 도비 1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 김 지사의 긴축재정 기조에 맞춰 돌연 행사 취소를 검토한 것이다. 김 지사는 당선자 시절부터 “(월드서밋에) 도비를 지원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목적도, 내용도, 효과도 불투명해 보인다. 타당성 없는 보조금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회 반납시 이미 지출한 지원금 환수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결국 이 행사는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월드서밋 행사가 12~14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김진태 지사는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개회식 불참을 결정했다.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댔지만 김 지사가 앞서 보여준 태도로 미뤄 행사에 대한 김 지사의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찬성 강원도의원은 “강원도를 찾은 전 세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환영하고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대회를 유치한 광역단체장으로서 기본적인 예의다. 아무리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도정 연속성 차원에서 김 지사가 개회식에는 참석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 지사가) 평화·통일 단어만 들어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무조건 전임 도정과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강원도는 김 지사 일정 때문에 불참이 결정된 것일 뿐 다른 배경이나 의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김 지사는 행사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중도개발공사 등 여러 현안과 국회 일정 등이 겹쳐 어쩔 수 없었다. 이 행사는 강원도가 주최자이긴 하지만 월드서밋사무국과 2018평창기념재단 등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로 지사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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