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육·해·공군본부 정문 앞을 지키고 있는 군사경찰. <한겨레> 자료.
40대 육군 여성부사관이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사경찰은 숨진 부사관이 지목한 가해자를 수사하고 있다.
3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6일 새벽 6시34분께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의 군인아파트 1층 바닥에 ㄱ상사(40대)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 등이 발견해 군과 경찰에 신고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과학수사계 감식팀이 현장에 나가보니, 먼저 도착한 군 수사기관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고, ‘타살 정황이 없고 유서가 있다’고 알려와 철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변사자는 아파트 16층 복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복 차림이었는데 아파트 입구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에서 단지로 진입하는 차량번호를 조회해 변사자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만 이 사건은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어서 유서의 구체적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신원 밝히기를 꺼린 한 제보자는 “ㄱ상사는 6년쯤 전 계룡대 육군본부의 참모총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함께 일하던 남성 동료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었으며, 원하지 않았던 수도권 부대로 전출되는 등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사고가 난 아파트단지에 ㄱ상사가 가해자로 지목했던 과거 동료 군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안다. 이 아파트는 계룡대에 근무하는 기혼 간부들의 관사”라고 전했다.
제보 등을 종합하면, ㄱ상사는 사건 뒤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가해자는 별다른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계속 계룡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ㄱ상사는 26일 논산시의 한 장례식장으로 운구됐다가 대전 자운대 군 영안시설로 옮겨진 뒤 지난 29일 발인했다. 군 수사기관은 유서 내용을 기초로 ㄱ상사가 6년 전 참모총장 비서실 근무 때 있었던 일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걸 권혁철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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