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눈앞 재고털기로 반값
농민들, 정부대책에 회의적
농민들, 정부대책에 회의적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전국 산지에서 재고 쌀 털어내기가 한창이다. 이 때문에 최고가 쌀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철원오대미가 1년 전의 반값으로 할인 판매되는 ‘굴욕적’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8·31 대책으로 수확기 쌀값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만, 쌀 시장과 농민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5일 전국의 롯데마트 매장에서는 4만7800원 하던 철원오대미 20㎏ 한 포대가 3만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무려 35%나 할인된 가격이다. 철원오대미는 여주, 이천 쌀과 함께 국내 최고급쌀 3대 브랜드로, 지난해까지 6만원 전후 가격을 형성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확기를 앞두고 고가미와 저가미를 불문하고 모든 쌀값이 하향평준화하고 있다”며 “햅쌀 출하 이전에 재고를 한꺼번에 털어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철원오대미 쪽이 고급·고가 이미지 손상을 무릅쓰고 초저가 특판행사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춤하던 산지 쌀값은 통계청 조사에서도 지난 한달 새 급락세를 이어가, 8월25일 현재 80㎏당 13만312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수확기의 80㎏ 한 가마 가격은 14만2861원이었다.
정부 대책이 올 수확기 쌀값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산지에서는 회의적 반응이 많다. 쌀 유통업체 대표인 ㅇ씨는 “한달 전 대형 유통업체에 5만원에 내놓던 안성 쌀을 지금은 3만원에 납품하고 있고, 충청권 아래에서 생산되는 저가 지방미는 아예 납품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쌀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결국 재고미를 나라 바깥으로 털어내는 대북 지원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정부가 파악하는 재고 수치에는 3대 대형 유통업체가 전국 300개 매장에서 떠안고 있는 3천억원대의 쌀 재고물량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수확기 쌀값이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경기권의 한 농협 종합미곡처리장장은 “기존 재고 쌀 50만t을 긴급처분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지, 의구심이 많다”며 “2009년산 재고물량 10만t부터 당장 시장에서 사들이는, 좀더 공세적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대책으로 수확기 쌀값이 11% 오를 것이라는 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는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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