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새끼오리 공급하는 농장 있어 큰 피해 우려
익산엔 최대규모 닭 농장도…홍천선 돼지 구제역
익산엔 최대규모 닭 농장도…홍천선 돼지 구제역
전북 익산 닭농장과 충남 천안 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의심 신고가 들어와, 방역 당국이 대규모 매몰처분에 들어갔다. 구제역 예방약(백신) 접종 지역을 늘렸지만 강원 홍천 돼지농장에서는 이날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경남·전남 등 남부지역을 뺀 전국 대부분 지역이 가축전염병 바이러스로 신음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식품산업정책실장은 30일 “익산시 망성면 종계장과 천안시 풍세면 종오리농장에서 29일 들어온 의심 신고는 임상증상을 고려할 때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전제로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익산시는 의심 신고된 망성면 종계장과 바로 옆 농장의 닭 10만7000마리를 매몰처분했으며, 천안시는 오리 1만여마리를 소각처분했다. 정밀검사 결과는 31일 발표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1996년 처음 국내에 유입된 뒤 2003년 겨울 다시 발생해 모두 528만마리의 사육조류가 매몰처분됐다. 이후 2006년 겨울과 2008년 봄에도 잇따라 발생해 280만마리와 814만마리를 각각 매몰처분했다.
익산지역은 국내 최대 육가공업체 ㈜하림의 주력 가공공장과 계열 농장들이 밀집해 있다. 따라서 주변 3㎞까지 매몰해야 하는 ‘고병원성’ 진단이 나오면 300만마리 가까운 닭을 매장해야만 해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의심 신고된 농장의 3㎞ 안에는 19개 농가가 닭 286만마리를, 10㎞ 안에는 161개 농가가 700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의심 신고된 익산·천안 농장이 다른 농가들에 병아리와 오리 새끼를 공급하는 ‘종계장’과 ‘종오리장’이어서 확산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하림 계열농장 주인 심순택(57·익산시 낭산면)씨는 “닭 10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의심 신고된 농장에서 3㎞ 이내에 있어 오늘부터 출하를 하지 못했다”며 “구제역으로 나라가 재앙상태에 빠졌는데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쳐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과 2008년 두 차례 겪은 경험이 있어서 연말 송년회도 자제하고 방역에 힘썼지만 너무나 허탈하다”고 한숨지었다.
하림 공장도 분주해졌다. 하림 쪽은 계열농가 주변 소독을 하루 한두 차례에서 네 차례로 늘리고 농장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도록 독려했다. 한아무개 팀장은 “고병원성 여부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닭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하림 직원과 익산시 공무원 등 140여명이 매몰작업에 동원됐다.
천안시 풍세면 풍서리의 의심 신고된 농장 주변에서는 오리 태우는 냄새가 진동했다. 황철수 풍서리 이장은 “농장주 김씨는 오리만 알고 살아온 사람인데, 저 아까운 걸 다 잡았으니 어떻게 하느냐”며 “망연자실해 있을 농장주 김씨를 위로하려고 농장을 찾았지만 출입 통제로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매몰 예정지가 풍세천 옆이어서 하천 오염을 우려해 소각처분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강원도 홍천군 남면의 돼지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추가로 확인됐다. 또 국내 최대 한우사육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경주 안강읍 산대리 한우농가와 경북 영천 화남면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김현대 선임기자, 익산 천안/박임근 송인걸 기자 koala5@hani.co.kr
김현대 선임기자, 익산 천안/박임근 송인걸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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