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영재로 입학뒤 기대만큼 성적 안나와 비관한 듯
전문계고 출신으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입학해 관심을 모았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10일 “지난 8일 밤 11시30분께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의 한 건물 보일러실 앞에서 이 대학 1학년 조아무개(20)씨가 자신의 오토바이 위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한 학생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2009년 8월 부산의 전문계 ㄷ고 재학중 카이스트에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각종 국내외 로봇경진대회에서 60차례 넘게 상을 받았다. 또 중학생 때는 고교생들을 제치고 로봇올림피아드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고교 시절 같은 대회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지난해 2학기에 일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는 등 성적 문제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의 기숙사 방에서 빈 수면제통이 발견됐다”며 “자살 정황이 명백해 부검 계획은 없으며, 유족이 주검을 고향으로 옮겨 갔다”고 밝혔다.
조씨와 지난 학기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전아무개(19)씨는 “평소 밝은 성격으로, 학과 공부도 굉장히 열심히 했다”며 “하지만 시험을 치르면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또 “성적 때문에 휴학을 하려 했는데 일반휴학이 안 되자 맹장수술을 하면 병원 진단서를 통해 휴학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입학 뒤 만나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고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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