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 청소노동자들 ‘서러운 겨울’
지난해 민주노총 가입 15명 집단 계약해지
학교 쪽 “용역업체와의 문제” 모르쇠 일관
지난해 민주노총 가입 15명 집단 계약해지
학교 쪽 “용역업체와의 문제” 모르쇠 일관
“7년 동안 대학을 위해 청소일을 해왔는데…. 무거운 책 옮기고 풀 깎느라 고생해서 오늘도 팔이 끊어져라 아파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박아무개(60)씨는 한숨 반 억울함 반이었다. 남편은 지난해 4월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집에 누워 있고, 아들(38)은 지적장애 3급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한달 급여 90여만원으로 세 식구 생계를 홀로 꾸려왔던 박씨는 청천벽력 같은 해고를 당하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박씨와 같은 3인 가구의 2010년 법정 최저생계비(보건복지부 고시)는 111만원이다.
한국교원대(총장 권재술)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집단 해고돼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쪽은 용역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계약문제라는 이유만을 앞세우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구나 국립대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노조 자체를 껄끄러워하는 대학 쪽의 인식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19일 한국교원대와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에서 평균 8년 동안을 일했던 노동자 33명 가운데 15명이 지난 1일자로 일제히 해고됐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9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충북지역노조에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며 가입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에겐 해고 통보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해고 노동자들 가운데는 12년간을 줄곧 일해온 이들도 있다. 해마다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 승계가 그동안 원만하게 이뤄진 것이다.
신성호(57) 충북지역노조 한국교원대 대표는 “용역업체와 2차례 협의를 했지만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눈곱만큼의 성의조차 없다”며 “학교 쪽도 ‘총장의 심기를 왜 불편하게 하느냐’고까지 말하는 등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 착잡할 뿐”이라고 전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대학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본격적인 농성에 들어갔다. 용역업체 ㅇ사는 이미 해고 노동자들을 대신해 다른 이들을 채용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교원대 쪽은 “용역업체와 노동자들 사이의 계약문제라 학교가 개입할 수 없다”며 원론적인 견해만 되풀이하고 있다. 권재술 총장은 지난 14일 노동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원칙적으로 업체와 노동자들이 해결할 문제”라고 말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권 총장은 이날 <한겨레>의 취재 요청에 대해 회의 참석을 이유로 거부했다. 또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충북지부, 충북참여연대와 청주노동인권센터 등 학계·노동계에서 여러 차례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학교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허석렬 전국교수노조 충북지부장(충북대 교수)은 “방어막이 전혀 없는 용역계약 노동자들의 처지를 대학 총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당국이 형식적인 근로계약 문제로 치부해 용역업체 뒤로 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대학이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방향으로 결국 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청주청년회(043-905-1110)는 27·28일 교원대 청소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커피 파티’와 ‘간식 배달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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