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식 기자
충남대와 공주대, 공주교대는 28일 오전 ‘대학 통합 추진과 세종시 융복합캠퍼스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오는 5월31일 이전에 통합계획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고, 내년 3월1일 ‘통합 대학교’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에 융복합 관련 대학(원)과 글로벌 교원 양성 대학의 설치도 추진된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세계 100대 명문대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대학 간의 통합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한 국가의 헌법을 개정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유·무형의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들 대학이 제시한 의견수렴 ‘시간’은 4~5월 단 두달이다. 더구나 통합 방법과 과정, 절차에 대한 논의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사정이 이러하니 통합 문제를 둘러싼 폭넓은 논의보다 통합 추진을 두고 벌어지는 ‘학내 분규’가 더 도드라진다. 특히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주 대학본부가 통합 추진의 찬반 여부를 물으려 시행한 교직원 설문조사 자체를 ‘원천무효’로 규정했다.
설문조사 내용이 학교마다 다른데다, 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했다는 게 큰 이유다. 교수회는 통합 추진의 실무자인 기획처장의 보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대학본부는 교수회가 독자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의 ‘이중투표’ 가능성을 언급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장밋빛 미래만 앞세우는 것도 문제다. 공주대는 이날 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두고 “필요한 지원을 약속하기 위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얼버무린 것이다. 아직 교과부는 공식적으로 지원계획을 밝힌 바 없다.
충남대의 한 학생은 기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학교는 통합에 대한 정보는 숨긴 채 양해각서 체결 3일 전에 학생들에게 통보했다”며 “현재 진행중인 국립대 통폐합이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 간 통합으로 명문대 비상을 꿈꾸는 이들 대학의 우선과제는 학내 통합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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