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소유 건물, 규정 어기고 업체에 임대
행안부, 뒤늦게 시정명령…연맹쪽 “시설개선비 사용”
행안부, 뒤늦게 시정명령…연맹쪽 “시설개선비 사용”
대표적인 보수 민간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회장 박창달)이 국가 소유의 건물을 불법으로 임대해 수년 동안 수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방치하다 최근에야 시정 조처를 내렸다.
31일 <한겨레>가 입수한 ‘국유재산 사용, 수익 허가서’ 등을 보면, 2008년 4월 행안부는 대전 중구 중촌동 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의 자유회관(1986년 건립, 지하 1층 지상 4층)에 대해 무상 사용을 승인하면서 “사용허가 재산을 전대할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등의 단서 조항을 명시했다. 전대(轉貸)는 자신이 임대한 것을 다시 타인에게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자유총연맹은 이런 허가조건을 어기고, 간병인 파견업체인 ㅎ실버케어와 의약품 도매업체인 ㅇ사로부터 1000만원 안팎의 임대료(공공요금 포함)를 다달이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총연맹이 2008년부터 최근까지 받은 임대료는 3억원대에 이르며, 국유재산을 사적으로 이용해 이익을 챙긴 것이다.
또 자유총연맹은 지난 1월 행안부의 실태조사 과정에서 ‘불법임대’ 사실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고도 ㅇ사로부터 최근까지 월세로 19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상훈 자유총연맹 대전시지부 사무처장은 “전임 집행부 때부터 이어진 문제였고, 입주해 있는 업체가 사무실을 구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해 시정 조처가 늦어진 게 사실”이라며 “임대 수익을 얻은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건물 자체가 노후화돼 시설 개선비 등에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불법행위를 3년 넘게 방치한 행안부 역시 국유재산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행안부는 자유총연맹과 해마다 국유재산에 대한 사용 계약을 맺으면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행안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주로 자유총연맹의 서면보고에만 의존한데다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며 “이른 시일 안에 현지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의 사회단체 보조금 지원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시는 2009년 자유총연맹 간부가 근무자를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보조금 수백만원을 빼돌린 것을 지난해 감사에서 적발하고, 2008년에도 보조금 유용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시는 올해 자유총연맹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50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