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법동 한마음아파트 단지의 주민 휴식공간 모습. 2007년 7월 무지개 프로젝트 사업 전에는 우중충한 블록 담장과 긴 의자들만 있고 관리도 제대로 안 돼 주민들의 발길이 뜸했지만(위), 사업 뒤 아기자기한 어린이 놀이터(아래)로 탈바꿈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한마음아파트 관리사무소 제공
“바로 옆 아파트하고도 왕래가 전혀 없는 섬이었는데, 지금은 환경뿐 아니라 사람들도 달라졌어요.”
이상만(75) 노인회장은 연방 고맙다고 했다. 이 회장이 사는 대전 대덕구 법동 한마음아파트(1770가구)는 1992년 입주가 시작된 영구임대아파트다. 4년 전만 해도 아파트단지는 낡고 어둡고 시끄러웠다. “벽이 교도소 담장 같았어요. 쓰레기 천지에 밤엔 안 좋은 일도 자주 있었죠.”
4일 찾은 한마음아파트는 바로 옆 일반 ㄱ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을 만큼 깔끔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밝은 햇살 아래 즐겁게 놀고 있었다. 단지 안 상가의 음식점을 개조해 만든 공부방은 다른 아파트의 아이들도 찾아와 밤늦게까지 공부할 정도로 인기다.
한마음아파트의 변신은 대전시가 시행한 ‘무지개 프로젝트’ 덕분이다. 대전시는 2006년 9월 영세 주거지의 슬럼화를 막고 주민들의 사회적 소외 현상을 줄이려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주거단지 개선과 사회복지 서비스를 한데 묶은 도심 재생사업 방식이다. 거주민들의 부담은 전혀 없다. 원주민을 길바닥으로 내몰고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기존의 재개발 방식과 전혀 달라, 사업자와 철거민의 극한 갈등도 없었다. 대전시는 지난달까지 모두 900억원을 들여 4개 구에서 143개 사업을 완료했다.
단지 안 상가의 중국음식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부방.
대전시 도심활성화기획단 이종인 계장은 “환경이 열악한 지역부터 예산을 집중 투자한 결과, 주민 이주율이 크게 낮아지고 범죄 발생률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2009년 11월 해당 지역 주민 603명과 전문가 50명에게 성과를 물었더니, 주민 69.7%와 전문가 9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주민들의 삶도 크게 달라졌다. 법동종합사회복지관 김성자 부장은 “집집마다 수도꼭지까지 교체했을 정도로 환경이 확 달라지니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며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생각과 동네를 위해 뭐든 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주거여건이 열악한 중구 중촌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등 3곳에 105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전임 박성효 시장이 4단계 사업 예산으로 157억원을 계획했으나, 지난해 취임한 염홍철 대전시장은 예산을 줄였다. 이 사업의 연속성에 대해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이유다.
류진석 충남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환경 변화와 복지 지원을 동시에 추진한 것은 공간과 사람을 결합한 정책의 모범사례”라며 “지역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관리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설명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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