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학생 4명과 교수가 잇따라 자살해 충격에 빠진 카이스트의 산업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11일 오후 강의실에서 비공개로 최근 학내 사태와 관련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전면 휴강 첫날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 구성원들은 11일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대학 쪽이 강의를 전면 중단하고 ‘고육책’으로 마련한 학생-교수 간담회는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교정 곳곳에서 열렸다. 교수들은 학생·교수가 잇따라 숨지는 사건 속에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의 학사행정과 교육철학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학부 총학생회는 서 총장에게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교수-학생 간담회는 학과별로 식당, 강의실, 잔디밭 등 곳곳에서 열렸다. 교수와 학생들 대부분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채로, 고인이 된 동료 교수와 학우들을 추모하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학생회관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06학번)씨는 “경쟁관계보다는 즐겁게 공부하는 게 좋다”며 “그렇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이 버티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간담회 장소에 가던 3학년 학생은 “영어 강의가 가장 부담스럽다”며 “연차 초과나 재수강에 대한 제한에도 학생들이 대체로 반대한다”고 전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모인 총회에선 강한 햇살이 쏟아진 이날 날씨만큼이나 열띤 논의가 1시간40분 남짓 이어졌다. 교수들은 서 총장의 리더십과 교육철학, 학사행정 전반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며 난상토론을 벌였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전자공학)은 “카이스트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에 참석 교수들 상당수가 동의했다”며 “의사결정 과정과 학사·조직 운영, 평가 방법 등에서 서 총장은 구성원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많이 갔다”고 말했다.
전산학과의 한 교수는 “성명에 담은 ‘새로운 리더십’은 총장에 대한 용퇴 요구까지 포괄하는 것”이라며 “완곡하게 표현을 한 것일 뿐, 실제 의미는 서 총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가깝다”고 말했다. 새로운 리더십은 서 총장의 정책 변화뿐 아니라 총장 교체까지도 아우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총회장을 나오던 한 교수는 “(교수들이) 물러터져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성명 표현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부 총학생회도 이날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남표 총장님, 당신은 틀렸습니다. 사과하십시오. 비민주적인 원규를 개정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은 “우리는 카이스트가 우리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지기를 원하는 것뿐”이라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 학생들은 13일로 예정된 비상학생총회에서 서 총장의 사퇴와 차기 총장 선출시 학생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는 안건을 추가로 발의하기 위해 학부식당 앞에서 공동발의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대전/전진식 박현정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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