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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신명나는 ‘하늘소리’ 보이지 않아도 ‘얼쑤~’

등록 2011-05-05 20:08

4일 오후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의 사물놀이패 ‘하늘소리’ 단원들이 웃다리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다.
4일 오후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의 사물놀이패 ‘하늘소리’ 단원들이 웃다리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다.
대전맹학교 사물놀이패
조용한 학교에 활기 선물
경연대회 수상경력도 화려
“안 보인다는 사실은 잊고서 신명이 납니다. 신나게 두드리다 보면 마음이 밝아지니까요.”

시력을 잃은 뒤 마음마저 어두워진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만나면서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곳이 있다. 4일 찾은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 강당 무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이 꽹과리·북·장구·징을 치고 있었다. 1급 시각장애인인 이만희(34) 교사가 곁에서 흐뭇한 눈길을 이들에게 보냈다.

정구영(43)씨는 이 학교 사물놀이패 ‘하늘소리’의 막내다. 정씨는 지난 3월 지인의 소개로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고등학교 과정의 이료재활을 공부하고 있다. 이료는 물리치료의 준말로,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북을 잡은 지 이제 한달 정도 됐네요. 아직 옹알이 수준이죠.” 20여년 전 망막 색소가 변성되는 질환으로 시력이 크게 떨어진 그는 아들딸뻘인 친구들과 열심히 북을 치고 있다.

단원이 9명인 하늘소리는 지도교사이자 이 학교 선배인 이 교사가 2008년 봄 꾸린 동아리다. 고교 시절 사물놀이를 즐겼다는 이 교사는 최근 대전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경북 칠곡에서 3년간 출퇴근하며 동아리를 이끌었다. 그의 열정 덕분에 하늘소리는 이제 어엿한 사물놀이패가 됐다. “우리 팀은 정형화된 소리가 아니라 모두가 즐기는 사물을 연주해요. 그래서인지 듣는 분들의 마음이 더 끌린다고 합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난해에만 대전학생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전국사물놀이경연대회 고등부에서 동상을 탔다.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실력으로 거둔 결과다. 방송사 프로그램에 두 차례나 출연했고, 대전시에서 열리는 음악회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다.

리더인 이경민(18·고3)군은 하늘소리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4년째 국악에 흠뻑 빠져 있는 그는 타악 전공 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사춘기에 청천벽력처럼 실명한 이군의 마음을 다잡아준 게 바로 사물놀이다. “예전엔 걱정도 많고 스트레스에도 시달렸는데, 지금은 모든 일에 활발하고 밝아졌어요.”

팀원들의 신명이 학교에도 잔잔한 바람을 몰고 왔다. 교사들 모두가 난타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아침 등굣길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주일에 세 차례 하는 연습 가운데 일부러 두 차례는 아침 8시에 하고부터다. 이 교사는 “학교가 평화롭고 아름답긴 하지만 너무나 조용한 것도 사실”이라며 “학생과 교사들이 흥겨운 사물놀이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밝게 시작한다”고 말했다.

장석문 대전맹학교 교장은 “하늘소리 학생들은 대부분 중도에 시력을 잃은 경우라 정서적으로 더 불안한 면도 있다”며 “사물놀이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진취적인 마음을 갖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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