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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되찾았지만…카이스트 개선안 여전히 ‘논쟁중’

등록 2011-05-11 20:22수정 2011-05-12 08:29

지난 10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동 시청각실에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개그맨 김제동씨의 특강을 듣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지난 10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동 시청각실에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개그맨 김제동씨의 특강을 듣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김제동 강연회서 “분노말고 웃음으로 풀자” 공감
“죽음의 의미, 갈수록 잊혀져” 구성원들 안타까움
여론수렴 없는 발전계획에 ‘총장 독단’ 비판 이어져
카이스트 혁신위 출범 한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재학생 4명의 잇따른 자살, 그 주범으로 지목된 징벌적 수업료 폭탄과 모든 과목 영어강의 압박, 총장의 독선에 대한 성토, 교수·학생들의 문제 제기….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학내 구성원들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논쟁을 벌이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어떤 변화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헤헤 웃으니 하하 받는다. 껄껄 하니 까르르 한다. 그는 잘 닦인 웃음의 철길 위에 학생들의 고민거리를 열차 삼아 내달렸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삶의 궤도에서 벗어날까 신중하게 조언을 건넸다.

지난 10일 저녁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동 시청각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길을 뚫고 개그맨 김제동(37)씨가 약속시간보다 20분 먼저 도착했다. 이 학교 정재승 교수(바이오및뇌공학과)와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특강 자리였다.

“비 대신 막걸리가 내리면 참 좋겠죠?” 첫말부터 학생들이 배꼽을 쥐게 만든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때 사회를 본 경험을 꺼냈다. 진보·보수로부터 모두 욕을 먹어 정말 죽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를 꺼낸 속내는 따로 있었다. “남들의 평가는 귀담아들어야 하지만 여러분 인생을 좌우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의 평가도 여러분을 실질적으로 계량할 수 없습니다.” 성적 부담으로 괴로워하는 학생들을 위로하면서 생각의 나침반을 제시한 것이다.

김씨는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분노하지 말고 웃음으로 문제를 풀자고 했다. “총장님한테 웃으면서 말해보십시오. ‘우리말로 수업하면 안 돼요? 등록금 조금만 깎아주면 안 돼요?’ 이렇게 웃으면서 말해보세요.” 그는 학생들에게 현명한 대응을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러분 잘못이 아닙니다. 무자비한 현실 속에 여러분이 있는 겁니다. 이상입니다, 헤헤.”

2시간여 강연이 끝난 뒤 자리에 함께한 200여 학생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행복, 웃음이 떠올랐어요. 별것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별것인 게 보인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오아무개·10학번) “학교에서 불과 한 달 전에 약속했던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유아무개·09학번)


강연장을 빠져나온 학생들은 서둘러 기숙사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기말고사가 열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평점 3.0 미만의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물리는 ‘차등수업료제’는 아직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혁신비상위 1차 제도 개선안 (5월9일 발표)
카이스트 혁신비상위 1차 제도 개선안 (5월9일 발표)

한편 카이스트 전반의 점검과 개혁을 목표로 구성된 혁신비상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이후 10차례 회의를 거쳐 지난 9일 1차 개선안(표 참조)을 발표했지만, 위원들 사이의 견해차 때문에 논의 진행 속도는 매우 더디다. 게다가 개선안은 차등 수업료제와 영어강의 등 핵심 현안이 빠졌고, 개선 수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서남표 총장의 독선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정보과학기술대학의 한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게 의사결정 구조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것인데, 개교 40주년을 앞두고 마련된 장기발전계획인 ‘비전 2025’ 안에 대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희경 카이스트 기획처장은 “초안을 만든 뒤 일부 구성원들한테 두 차례 의견을 들었다”면서도 “혁신위에서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이르면 16일께 ‘비전 2025’를 공개할 예정이지만, 교수·학생들이 반발할 경우 또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학생들과 교수의 잇단 죽음이 던진 의미가 잊혀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재승 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카이스트, 오늘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망각’해가고 있는 듯해 우울합니다.”

지난달 10일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인건비 감사 결과를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생명과학과 박아무개(54) 교수의 부인은 이날 오전 서 총장과 일부 교수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관해) 카이스트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서 총장과 학내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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