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총장 ‘혁신위 요구 실행’ 약속깼다

지난 4월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영어강의 축소 등 ‘즉각 수용’ 대신 이사회로 넘겨
교수협 31일 총회…서남표총장 퇴진 요구 가능성

올해 재학생들과 교수가 잇따라 자살한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사태와 관련해, 서남표(사진) 카이스트 총장이 교수·학생 등에게 ‘학교 개혁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불과 한달여 만에 뒤집는 모습을 보여 학교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카이스트 학교 쪽과 교수·학생 대표들이 참여한 ‘혁신비상위원회’의 위원장인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 지난 26일 교수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서남표 총장이 (지난달 13일 교수협의회와 맺은) 합의문의 중요 내용인 ‘혁신위 의결안의 즉시 실행’을 거부했다”며 “이는 총장이 ‘서남표 개혁에 반대=개혁에 반대’라는 등식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비상위는 지난 9일과 18일 △영어강의 시행 범위 조정 △신입생 디자인 과정 변경 △봄학기 일정 변경 △대학평의회 발족 등을 의결하고 서 총장에게 실행할 것을 요구했으나, 서 총장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경 위원장은 이번주 초 서 총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이사회의 승인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사항까지 이사회에 넘겨서 의결을 기다리는 것은 교수협의회와 합의한 것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총장이 실행 가능한 사안에 대하여 당초의 약속과 같이 즉시 실행해 주실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밝혔다. 혁신비상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요구사항의 즉각 실행을 서 총장에게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서 총장은 지난 25일 경 위원장에게 보낸 회신에서 “이사회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학교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혁신비상위에서 도출된 개선사항들을 이사회에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혁신비상위 요구를 거부했다.

서 총장은 지난달 교수협의회가 학내 문제 전반에 걸친 ‘대수술’을 맡을 혁신비상위 구성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3개월 활동을 목표로 출범한 혁신비상위 구성 요구에는 ‘총장은 혁신비상위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만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 총장의 태도 변화에 격분한 교수협의회는 오는 31일 총회를 열 예정이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교수협은 지난달 총회에서 ‘서 총장이 혁신위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언제든 용퇴를 촉구할 수 있다’고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서 총장은 주대준 카이스트 대외부총장을 통해 “혁신비상위의 의결안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안들임은 인정한다”며 “다만 ‘혁신비상위의 결정을 즉시 실행하겠다’는 약속은 혁신위의 의결을 가감 없이 이사회에 상정해 절차를 밟아 이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대전/전진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