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지난 25일 대전 중구 대흥동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에서 최희 대표와 함께 ‘심리 치유를 위한 마임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제스튀스 제공
대전 현대마임연구소, 매주 15명에 심리치유 교육
꽃이름 별명 부르며 벽 허물고 손짓발짓에 까르르
꽃이름 별명 부르며 벽 허물고 손짓발짓에 까르르
“저는 호박꽃이에요.” 대전 장애인 부모회 이선옥(56) 회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누구 엄마, 누구씨 이렇게 부르는 게 뭣해서 저마다 꽃 이름을 별명으로 붙였어요.” 이 회장을 비롯해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15명은 금요일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하러 한자리에 모인다. 카라, 장미, 할미꽃…. 이들은 저마다 말이 아닌 몸짓으로 만나 서로에게 ‘꽃’이 된다.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의 최희(45) 대표가 지난달부터 매주 여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마임 교육’ 현장에서다. 장애 아동이 아니라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심리 치유’를 위한 마임 교육은 매우 드물다.
최 대표는 26일 “얘기도 잘 안 하고 어눌하던 어머니들이 몇 주 만에 많은 것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화하듯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소통인 셈”이라고 전했다. 이름 대신 꽃 이름을 제각각 별명으로 삼은 것도 마음의 벽을 쉽게 허문 계기가 됐다.
지적장애를 앓는 30살 아들을 둔 이 회장은 모래를 몸으로 표현한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렸을 때 모래로 장난하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이 회장과 어머니들은 나무 역과 아이 역을 나눠서 손짓·발짓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손으로 나무 옆의 모래를 파내면 나무가 제풀에 쓰러지는 식이다. “처음엔 뒤로 물러서던 어머니들도 마임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알았지요. 아이들한테도 좋을 것 같아요.”
최 대표가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마임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4~5년 전 장애인을 위한 마임 워크숍을 한 뒤였다. 대전 토박이인 최 대표는 1990년대 후반까지 연극을 하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7년 만에 다시 대전으로 돌아온 그는 지금까지 충청권 유일의 마임연구소를 꾸리고 있다.
최 대표와 어머니들은 요즘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마임 창작극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난 25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열린 ‘2011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의 하나로 최 대표와 어머니들이 오프닝 워크숍을 하기도 했다. 마임으로 억눌린 마음을 달래는 이들은 올가을 아이들 앞에서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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