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권리 침해·편파’ 비판에 경찰 “폭력 우려” 해명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에게 ‘집회를 하면 참가자들을 무더기로 연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 노조가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노조는 경찰의 편파수사가 도를 넘었다며 비판하는 반면, 경찰은 불법·폭력집회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6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문용민 사무국장은 “충남지방경찰청 정보과 박아무개 정보관이 지난 4일 저녁 7시25분께 전화를 걸어와 ‘6일 (충남 아산)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에서 집회를 하면 아산경찰서장의 직위를 걸고 200명을 연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사무국장이 “집회를 하지도 않았는데 집회 전부터 협박하는 것인가”라고 되묻자, 박 정보관은 “이것은 경찰의 의지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문 사무국장은 “경찰의 이런 행동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찰이 노조 쪽 집회는 전면 금지하고 회사 쪽 집회만 허가하는데다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겠다는 노조의 설명이 있었는데도 불법·폭력집회로 변질될 것이라고 예단하며 막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사자인 박 정보관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6일 집회를 신고한 유성기업 앞쪽은 지난달 22일 경찰과 노조의 충돌 이후 집회 금지가 통보된 곳”이라며 “집회 금지 구역에서의 집회에 대해 적극 대처하라는 경찰청의 지침이 있었고, 불법집회가 강행되면 또다시 폭력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한 말일 뿐 협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대전충남법률원 강신관 변호사는 “미신고(불법) 집회라고 해도 단순 참가자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응할 때에야 현행법 위반이 된다”며 “좀더 법률 검토가 필요하지만, ‘집회를 하면 200명을 연행하겠다’는 말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유성기업 노조와 금속노조 대전·충남·충북지부 조합원 1500여명은 유성기업 아산공장 근처에서 예정된 ‘민주노조 사수,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 집회를 열었고, 경찰과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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