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폰팅사건>
사람과 풍경 극단 드림 ‘경로당 폰팅사건’
외로움·소통 버무린 작품
25개국 참여 축제에 초청
외로움·소통 버무린 작품
25개국 참여 축제에 초청
“대전에서는 연극배우를 둘로 나눠요. <경로당 폰팅사건>을 해본 배우와 그러지 못한 배우로요.”
1인3역을 맡은 심지혜(26)씨는 말을 꺼내자마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부모님께서 제가 연극을 하는 걸 오래 반대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서는 처음으로 좋다고 하셨어요.” 14일 대전 선화동 ‘옥탑방 사무실’에서 만난 심씨는 “욕심이 많이 난다”고 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연극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선물이다.
대전의 ‘순수 토종 연극’으로 지난 3~5월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공연을 마친 <경로당 폰팅사건>이 거침없는 무한도전을 이어가고 있다.(<한겨레> 3월21일치 16면) 연극 1번지에서 당찬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연극판에서 입소문을 달고 다니는 화제작이 됐다. 이미 <경로당 폰팅사건>은 2006년 초연 이래 지역에서 ‘최장 기간 공연, 최다 관객 동원’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경로당에서 폰팅에 얽혀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통해 외로움·소통의 의미를 웃음에 버무려 전하는 작품이다.
오는 10월 열리는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에도 이 작품은 당당히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국내외 25개 공연단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공연 축제 무대로, 지역 극단의 작품으로는 유일하다. 극단 드림의 주진홍(45) 대표는 “페스티벌에 응모한 것도 아닌데 주최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흐뭇해했다. 오는 21일부터는 서울·부산·충주 등 지역 복지관 10곳을 다니며 순회공연도 펼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소외계층 문화순회사업’의 하나다. 주 대표는 “지역 연극이지만 작품성이나 관객 동원력이 검증받았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을 생명력 있게 끌고 가면서 조만간 새 창작극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2006년 초연 때부터 이 작품에 출연한 남명옥(36)씨는 “한마디로 역사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버럭할머니’ 배역을 맡은 김소희(28)씨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주고 굉장히 행복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경로당 폰팅사건>은 오는 11월 대학로 나온시어터에서 ‘2차 서울 공연’을 앞두고 있다. 같은 기간 대전에서도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주 대표는 “이 작품의 성공을 보고 지역의 다른 극단들도 자체 창작극을 내놓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사무실에 연습차 모인 배우들은 “우리가 몇십년 뒤 실제 노인이 돼서 노인 역을 하면 더 재밌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극단 드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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