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동의 75%’ 소폭 미달때 무효-유효 판결 엇갈려
대법원 판결 나올때까지 ‘고무줄 잣대’ 혼란 불가피
대법원 판결 나올때까지 ‘고무줄 잣대’ 혼란 불가피
재개발·재건축을 둘러싼 주민갈등으로 조합설립 인가 무효 소송이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에서도 뚜렷한 기준이 없어 엇갈린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조합설립을 무효로 판단할 경우 해당 사업장은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추진해야 해 혼란이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 ‘용강제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008년 8월 주민 78.3%의 동의를 얻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마포구청은 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이 동의할 경우 조합설립을 인가한다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결정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09년 11월 주민 윤아무개씨 등 6명은 “일부 동의서에 문제가 있어 동의율이 75%에 미치지 못한다”며 ‘조합설립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실제 주민동의율은 71.79%로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재판부 역시 ‘하자’를 인정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하종대)는 “동의율 미달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동의율이 불과 3.2% 미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연무효로는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반면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견본주택 개관 및 분양을 앞두고, 법원의 조합설립 무효 판결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2006년 도정법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의 80%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동의율이 65.56%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오석준)는 “토지 및 주택 소유자 외에 토지소유자까지 포함시켜 계산해 본 결과 동의율이 65.56%에 불과하고, 조합의 계산대로 토지 및 주택소유자만 따진다고 해도 동의율이 79.90%로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적법한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동의율 부족에 따른 조합설립 무효 여부 판단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재건축 동의서는 사업에 동의한다는 뜻뿐 아니라 자신의 건축물을 철거하고 땅이 수용되는 것까지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재산권과 직결된 것인 만큼 1%만 부족해도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주장과 이미 철거가 진행된 상황에서 무효판결이 사업지연만을 불러올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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