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접경지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와 강원·경기도 접경지역 주민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생업을 이어갔으나 뉴스를 지켜보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11월 북한 포격을 받았던 연평도에서는 이날 꽃게잡이 어선 16척이 출어했으며, 백령도 주민들도 쓰레기 줍기 등 공공근로를 하며 평소 같은 일상을 보냈다. 연평도 강인구(52) 어촌계장은 “어민 10여명이 바다에 나가 평소와 같이 굴을 채취했지만, 혹시라도 제2의 연평도 도발이 있지 않을까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엔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다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 수십척이 철수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어제는 수십척이 조업했는데 오늘 오후엔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해에서는 어로한계선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 10여척이 안전 해역으로 남하했으며, 다른 어선들도 해경 통제에 따라 예정보다 앞당겨 귀항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의 박복방 어촌계장은 “10월부터 6개월만 개방되는 어로한계선 너머 북방어장이 전면 통제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철원·화천·양구, 경기도 파주·연천 등 내륙의 접경지역 주민들은 평소처럼 차분한 분위기 속에 삼삼오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에 모여 김 위원장 사망을 화두로 얘기를 나눴다.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인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한민수 이장은 “김일성 사망, 연평도 포격 등을 여러번 겪다 보니 불안한 마음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자꾸 뉴스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파주 민통선 안 대성동마을 주민 김동찬씨는 “군부대로부터 당분간 논밭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23일로 예정한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통일전망대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도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민단체 고양평화누리는 20일 오전 밀가루 250t(1억원어치)을 육로로 북한 개성에 옮겨, 개풍군 용산리 소학교 등 황해북도 어린이시설 5곳에 보낼 계획이었으나, 일단 무기한 연기했다.
인천 춘천 파주/김영환 박수혁 박경만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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