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노인 설문결과 위생 부실에 폭언·성적학대 호소
도내 219곳 중 ‘우수’ 3곳뿐…도 “인권개선 대책 마련”
도내 219곳 중 ‘우수’ 3곳뿐…도 “인권개선 대책 마련”
충남 도내 노인장기요양시설 상당수에서 입소 노인에 대한 언어적·성적 학대나 방임, 비위생적인 관리 등 부적절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충남도의 ‘노인요양시설 내 노인 학대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시설 거주 노인 267명 가운데 95명(36%)이 특별한 복지프로그램 없이 자신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답했다. 36명(13%)은 성적 학대를 호소했으며 9명(3%)은 언어·정서적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2010년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 노인 182명 가운데 54명(30%)이 방임, 35명(19%)이 언어·정서적 학대, 31명(17%)이 성적 학대를 호소한 바 있다.(그래픽 참조)
노인장기요양시설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뒤 2008년 7월부터 전국에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충남 도내에는 지난해 6월 기준 219곳에서 노인 5170명이 지내고 있다. 시설 입소 노인은 부당한 대우나 학대를 받아도 고령·질병 등의 이유로 외부에 알리지 못해 ‘인권 사각지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결과는 충남도청 저출산고령화대책과와 충남노인보호전문기관 직원들의 공동 연구모임(지식소그룹)인 ‘실버 스마일’(대표 박남신 충남도 노인복지담당) 회원 18명이 지난해 4~6월 도내 노인장기요양시설 가운데 57곳을 무작위로 골라 벌인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실버 스마일은 이런 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 도청 지식소그룹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구체적인 학대 사례를 보면, 천안 ㄴ요양원에서는 입소 노인들의 질병을 방치하는가 하면 시설 위생에도 문제가 많았다. 보령 ㅅ시설은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 노인들이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었고 치아·손톱·의복 상태가 청결하지 않았으며 식단표는 아예 없었다. 서산 ㅅ요양원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발견됐고 연기 ㅇ시설에서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청소·빨래를 직접 시키기까지 했다.
이밖에 기저귀를 갈 때 가림막을 치지 않아 노인들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직원들의 반말과 불친절한 태도가 지적된 곳도 상당수였다. 반면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시설은 3곳에 그쳤다. 진정수 충남노인보호전문기관 교육연구팀장은 “시설 운영자들이 수익을 따지다 보니 노인 복지 서비스나 인권 보호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꾸준히 실태조사가 이뤄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전문기관에 대한 재정 지원과 인력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설 실태조사 정례화, 재발 방지를 위한 시설 종사자 재교육 등에 나서기로 했다. 충남도 노인복지담당 박근성씨는 “시·군에서 1년에 한두 차례 지도·점검이 이뤄지다 보니 사소한 것이라도 노인 학대 사례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도에서도 전문기관과 협력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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