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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18개월간 불신·반목…‘카이스트 사태’ 결말은?

등록 2012-10-21 20:29

서남표 총장 “내년 3월 퇴진” 발표에
교수·학생들 “즉각 물러나야” 입모아
25일 이사회에 ‘해임안’ 안건으로
‘10월20일자 사임서’ 처리도 관심
서남표(76) 총장이 지난 17일 “내년 3월 퇴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에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의 혼란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구성원들은 서 총장의 퇴임 약속을 두고 또다른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드러내는 상황이다. 1년6개월간 이어진 총장과 교수·학생들의 불신·반목 탓에 “카이스트 구성원이라는 게 부끄럽다”는 말이 교내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갈등의 진원지는 서 총장이다. 그는 지난해 1월 ‘로봇 영재’ 조아무개(당시 20살)씨를 비롯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단 자살로 책임론이 불거지자, 석달 뒤인 4월7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장으로서 정말 낯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난주 퇴임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어떤 사과의 말도 없었다. 7장(A4 종이) 분량의 기자회견문에는 1년6개월 전 고개 숙였던 것과 정반대로 자신의 치적을 강조했을 뿐 반성이나 해명 한 줄 담기지 않았다.

교수·학생들은 서 총장이 지난 7월 오명 이사장과 합의사항을 정하면서 작성한 ‘10월20일자 사임서’의 효력마저 부정하자 더는 못 참겠다는 태도다. 지난해 9월과 지난 5월 교수와 학생들이 각각 설문조사를 벌여 3분의 2가 즉각 퇴임을 요구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당시에도 서 총장은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학생들 다수에게 이미 그는 ‘총장’이 아니다. 학생들은 오는 2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서 총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개교 41년 만에 처음으로 ‘총장실 점거’까지 나설 태세다. 김도한 학부 총학생회장은 “서 총장은 여전히 독선, 학교의 사조직화, 거짓말에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간고사 기간인 교정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서 총장은 교수들과 법적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모바일하버 특허 도용·절도 의혹을 제기한 경종민 교수협의장 등 4명을 경찰에 고소했으며, 검찰은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교수 수십명은 지난 5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내시위까지 벌였다.

지난 19일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서 총장은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금 상황은 감정싸움으로 번져서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대한민국에까지 누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징벌적 등록금제나 무분별한 영어강의, 구성원들과의 소통 부족 등 이제까지 지적받았던 점들에 대해 그는 명쾌한 답변을 회피했다.

결국 혼란과 갈등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몫은 이사회에 돌아갔다. 25일 이사회는 ‘10월20일자 사임서’ 처리 문제와 총장 해임안, 후임 총장 선임안 등을 논의할 참이다. 한 이사는 “10월20일자 사임서가 처리될 것 같으니까 서 총장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갑자기 3월에 퇴임하겠다는 발표를 해버리니 이사들 사이에 혼란이 생겨버렸다”고 말했다. 이사회가 카이스트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서 총장과 교수·학생들의 정면충돌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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