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교사들에 먼저 접근해 제안
1인 2천만원 받아…경찰, 2건 확인
20여명 수사중…“조직범행” 의혹
1인 2천만원 받아…경찰, 2건 확인
20여명 수사중…“조직범행” 의혹
교육청의 교육전문직(장학사·교육연구사) 선발시험 문제를 사전에 알려주고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장학사가 전화번호를 10여차례 바꿔가며 ‘대포폰’(타인 명의 전화)을 쓰고 교사 1명당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치밀하고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10일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충남도교육청 태안교육지원청 장학사 노아무개(47·구속)씨가 논술(여섯 문항)과 면접(세 문항) 시험문제를 모두 알려주는 대가로 교사 1명당 2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9일에는 돈을 건네고 시험문제를 건네받아 합격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천안 지역의 현직교사 김아무개(47)씨가 추가 구속됐다.
경찰은 구속된 교사 김씨 말고도 1명의 교사한테서 노씨가 먼저 응시자들에게 은밀히 접근해 돈을 받고 시험문제를 유출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노씨가 시험공고가 난 지난해 6월 교사들에게 먼저 접근했다. 시험을 앞두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만큼 불안해하는 교사들에게, 자신이 시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1명당 2000만원씩 받았고, 현재까지 2건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등 장학사 시험 합격자 19명 가운데 15명과 출제위원, 시험 관리 담당자 등을 더해 2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노씨는 교사들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대포폰을 이용했으며, 휴대전화기에 들어가는 유심칩(가입자 식별장치)을 교체해 전화번호를 10여차례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노씨의 대포폰 통화 기록을 분석해 수사 대상자를 추렸으며, 8일 독극물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천안교육지원청 장학사 박아무개(48)씨도 노씨와 통화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계장은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시험문제 유출 경로와 노씨가 받은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대가를 주고 시험문제를 입수해 합격한 교사들도 소환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 취재 결과, 구속된 노씨와 자살을 시도한 박씨 모두 충남 ㄱ대 37회 졸업생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2011년 나란히 장학사 시험에 합격했다. 박씨는 현재 위독한 상태다. 또 지난해 시험 당시 외부와 격리된 시험문제 출제위원과 교육청을 잇는 핵심 업무를 맡았던 도교육청 조아무개 장학사는 이들의 대학 4년 선배다. 조 장학사는 “지난해 11월 중순께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와 사무실의 컴퓨터와 유에스비(USB) 메모리 등을 확인하고 가져갔다. 나도 시험문제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날 승융배 부교육감 이름으로 특별담화문을 내어, 교육전문직 시험 출제위원을 가급적 외부 인사로 대체하고, 시험 관리에 경찰청과 협조해 업무를 처리하는 등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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