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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다문화 협동조합 꾸린 남편들
“해외 처갓집들이 ‘대리점’이죠”

등록 2013-02-14 22:32수정 2013-02-15 13:55

13일 오후 충남 금산군 군북면 외부리에서 ‘금산 다문화 협동조합’ 김영섭 대표(사진 오른쪽)와 설희수 상임이사가 어깨동무를 하고 올해 깻잎 농사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13일 오후 충남 금산군 군북면 외부리에서 ‘금산 다문화 협동조합’ 김영섭 대표(사진 오른쪽)와 설희수 상임이사가 어깨동무를 하고 올해 깻잎 농사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지난해 금산군서 14명 의기투합
자립 협력하려 수익공동체 꾸려
올해 깻잎농사·인삼가공 사업 뜻
“2세에게 당당한 아빠 되고파요”
“왜 다문화 가정은 늘 받기만 해야 하나요. 아빠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2세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어요.”

금강 상류 맑은 물 푸른 산의 고장인 충남 금산군의 다문화 가정들 사이에 변화를 꿈꾸는 여울물 소리가 잔잔히 퍼지고 있다. 베트남·필리핀·중국·일본 등에서 부인을 맞이한 남편들이 모여 지난해 12월 ‘금산군 다문화 협동조합’을 꾸렸다. 조합원 14명, 자본금 1000만원으로 발걸음을 뗀 이들은 첫 사업으로 올해 깻잎 농사와 인삼 가공·유통에 나선다.

13일 파종 준비를 얼추 마친 비닐집 안은 겨울철인데도 김이 훅 서릴 정도로 포근했다. 김영섭(46) 대표는 “다문화정책의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일회성 퍼주기 때문이에요. 받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거죠.” 김 대표는 아빠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2011년 두달 동안 군의 다문화 가정들을 일일이 방문한 끝에 다문화 자조모임(cafe.daum.net/rmatksekansghkrkwhr)을 꾸렸다. 자립해야 살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 남편들 30여명이 모여 봉사단부터 만들었다. 봉사단은 그동안 어울림 한마당 체육대회도 열고 국수 대접이나 연탄·가스 배달 등 크고 작은 봉사를 이어왔다.

이들은 다문화 가정들이 자립하고 협력하려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공동체 사업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지난해 7월 협동조합 결성식을 한 뒤 절임배추 6000포기를 심었지만 잦은 비에다 파종도 늦어 겨우 본전만 건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올해 1만6000여㎡(5000평) 터에 깻잎 농사를 짓기로 했다. 깻잎은 재배가 비교적 쉽고 파종 뒤 두어달 뒤부터 늦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와 설희수(50) 상임이사가 조합에 상근하면서 농사에 전념할 참이다.

세계 곳곳에 있는 처갓집들을 유통 거점으로 삼아 금산의 특산물 인삼도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를 ‘처갓집의 대리점화’라고 불렀다. “처갓집의 대리점화, 멋지지 않나요. 외가가 잘살면 우리 아이들도 당당하니까 좋잖아요.” 조만간 김 대표는 베트남 호찌민을 찾아 사업을 시작한다. 금산에서 난 질 좋은 인삼을 직접 홍삼으로 가공한 뒤 다문화 협동조합 상표를 내걸어 판매할 계획이다. 수익금으로 다문화 가정의 낡은 농가 2채를 수리해주는 것도 목표다.

금산 다문화 협동조합이 농사일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김 대표는 부인들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여러 언어에 능통하다는 점에 착안해 다문화 어학원도 구상중이다. 엄마들이 직접 강사가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마땅한 학원도 없고 과외를 시킬 경제적인 여유도 없는 다문화 가정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금산군 다문화 협동조합 식구들은 18일께 희망을 한껏 담은 깻잎 파종에 나선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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