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지적장애인도 예쁘게 꾸미고 싶다

등록 2013-04-18 20:19수정 2013-04-18 22:48

17일 충남 공주시 송선동 공주정명학교 전공과 2학년 학생들이 ‘뷰티샵’ 수업에서 종이에 그려진 손톱을 깎고 있다.
17일 충남 공주시 송선동 공주정명학교 전공과 2학년 학생들이 ‘뷰티샵’ 수업에서 종이에 그려진 손톱을 깎고 있다.
공주정명학교 ‘뷰티샵 교실’ 인기
손톱·머리손질 학부모도 좋아해
1년 두차례 멋쟁이 선발대회도
“선생님! 앞머리 깎아야 돼요.” “오늘 화장은 안 해요?”

충남 공주시 송선동 공주정명학교. 이곳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특별한 교실에 간다. ‘뷰티샵’ 표지가 내걸린 교실에 들어서면 30㎡ 안팎 공간에 여느 미용실처럼 커다란 거울과 의자, 머리 손질 도구, 세면대 등이 가지런히 갖춰졌다. 학교 선생님들이 기증하거나 사들인 옷가지며 화장품, 액세서리도 정갈하게 놓여 있다.

17일 오전 1교시, 전공과(전문대학 과정) 2학년 3반 학생 5명이 차례로 들어선다. 이정원(38·여) 교사는 손톱 손질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종이에 학생들이 손 모양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내면 종이의 손가락 끝부분을 까맣게 칠한 뒤 손톱깎이로 잘라보도록 했다. 지적장애를 지닌 학생들이어서 자신의 손톱을 깎게 되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너무 많이 자르면 손톱이 아프겠다”고 하자 반 친구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이 교사는 남학생 2명의 머리를 감겨주고,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말쑥하게 잘랐다. 남학생들은 전기면도기로 얼굴에 난 수염을 깎는가 하면, 여학생들은 긴 머리를 묶거나 눈썹에 마스카라를 칠해보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수업을 맡아온 이 교사는 힘들지만 보람이 더 크다고 했다. “특수학교 학생들한테 꼭 필요한 수업이에요. 비장애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외모에 관심이 많지만 잘 꾸미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학부모들한테도 뷰티샵은 인기 만점이다. 학생의 머리 손질을 할 때는 미리 학부모에게 동의서를 받는데, 해마다 이를 원하는 부모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올해는 초·중·고와 전공과 학생을 더해 전교생 190명 가운데 80%가량의 학부모들이 동의했다. 김남순(49) 학부모회장은 “뷰티샵이 아이들한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도 일주일에 한 차례씩 가서 미용 수업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주정명학교는 2011년 뷰티샵 교실을 만들었다. 전국 특수학교 가운데 이런 수업을 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개인 청결과 신체 꾸미기, 센스 있는 패션’이 뷰티샵 수업의 3대 목표다. 1년에 두 차례씩 멋쟁이 선발대회도 연다. 박돈서 교장은 “학생들의 최종 목표는 취업이다. 직업적인 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용모나 태도인 만큼 뷰티샵 수업이 취업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졸업한 전공과 학생 25명 가운데 2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공주/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MB, 퇴임 뒤에도 ‘황제 테니스’
청 비서관 또 내정 철회…벌써 6번째
“문재인 돕지 않은 책임 1위는 김한길”
신대철 “조용필, ‘고추잠자리’ 등 31곡 저작권 빼앗겨”
[화보] 진주의료원 긴박했던 순간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그 교사, 8살 살해하기 전엔 동료 폭행했다…컴퓨터 부수기도 1.

그 교사, 8살 살해하기 전엔 동료 폭행했다…컴퓨터 부수기도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2.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대전 초등생 아버지 “교사가 아이 죽이는데 학교 어떻게 보내요” 3.

대전 초등생 아버지 “교사가 아이 죽이는데 학교 어떻게 보내요”

교사에 살해된 8살 아버지 “앱으로 여자 숨 휙휙대는 소리 들었다” 4.

교사에 살해된 8살 아버지 “앱으로 여자 숨 휙휙대는 소리 들었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5.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