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공무원 또…올들어 4번째

과중한 업무 호소하는 글 남기고
논산시 철길서 열차에 치여 숨져
평일 밤 11시 퇴근…휴일도 없어
전공노 “실질적인 대책 세워야”

시청 사회복지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숨졌다. 올해 들어서만 4번째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특별대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오전 1시41분께 충남 논산시 덕지동 호남선 철길에서 논산시 사회복지과 공무원 김아무개(33)씨가 익산발 용산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 기관사 김아무개(49)씨는 경찰에 “운행 도중 사람이 철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경적을 울렸지만 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의 형은 “동생이 그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업무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7일자 일기에 “나에게 휴식은 없다. 일이 자꾸만 쌓여만 가고…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고 적었다. 그는 사고 전날인 14일 밤 10시30분까지 부서 직원과 술을 함께 마신 뒤 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유족들은 “평소 술이나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데, 사고 전날 술을 마시고 유품으로 담배가 발견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유족들은 자살이 아니라 술에 취한 김씨가 평소 집과 시청을 걸어서 오가던 길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으로 신규 임용돼 논산시 사회복지과 장애인담당에서 일해온 김씨는 장애인협회와 지원센터, 거주시설 운영비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지난 2월부터는 평일에도 밤 11시를 넘겨 퇴근한데다 토요일·일요일에도 저녁 6시까지 근무했다고 부서 동료들은 전했다. 박노혁 논산시 장애인담당은 “주말에도 쉬지 못해 업무를 바꿔주려고 했지만 새 업무를 맡게 되면 또다시 일이 많아질 것 같아 어쩌지 못했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직원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달 8~22일 사회복지 공무원 5966명에게 물어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7.5%가 ‘최근 1년간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우울 상태가 심각해 심리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37.9%였다. 특히 논산시는 조사 대상 기관 113곳 가운데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공무원 수가 70% 이상인 ‘고위험도’ 기관에 들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정부와 지자체는 더이상 ‘눈 가리고 아웅’ 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기관사 진술, 남긴 글, 접근이 쉽지 않은 철로 구조 등을 보면 자살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실족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과 부서 직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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