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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납골당서 마을 특산물 팔거예요”

등록 2013-05-22 21:26

충남 서천 오지 심동리 ‘영명각’
군위탁관리중 적자 생겨 고민
주민들 “마을기업으로 키우자”
도 ‘29개 지원마을’ 선정해 도움
대표적인 주민 기피·혐오 시설 가운데 하나인 납골당을 마을 발전의 디딤돌로 삼은 곳이 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심동리. 해발 366m 장태산 자락에 있는 이곳은 서천에서 첫손 꼽히는 오지마을이다. 52가구에 주민 86명이 살고 있는데, 65살을 넘긴 노인이 절반 가까운 39명에 이른다. 농어촌버스도 하루 4차례만 들어오고, 구멍가게도 하나 없는 마을이다. 이곳에 2001년 3월 군립 납골당인 ‘영명각’이 들어섰다.

주민들이 영명각을 ‘창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루에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영명각을 찾는다. 제사 음식을 준비해 오는 이들도 있지만, 서둘러 오느라 미처 챙기지 못해 주민들한테 술이며 간단한 제수용품을 부탁하는 유족들이 드물지 않은 것이다. 소주 1병 살 수 있는 가게조차 없으니 근처 농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영명각에 안치된 유골은 2300구에 이른다.

군에서 해마다 3600만원씩 지원받아 마을에서 위탁 관리를 하고 있는데, 수익이 점점 줄어 최근에는 적자까지 보고 있는 점도 한몫했다.

영명각이 처음 들어섰을 때는 안치된 유골이 적어 관리비가 그다지 들지 않았다. 1년치 지원금 가운데 남는 돈을 마을 발전기금으로 써왔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백찬기(58) 심동리 이장은 “유골 수가 늘수록 방문객도 증가하니까 사무용품이며 휴지, 하다못해 화장실 청소하는 데도 돈이 더 들잖아요. 안치 비용인 10년치 15만원 말고는 따로 이용 금액을 받지 않으니 수익이 줄어드는 거죠.”

결국 백 이장을 비롯해 주민들은 뜻을 모아 마을기업을 만들기로 했다. 영명각에서 제수용품은 물론 마을 특산물인 표고버섯이나 고춧가루, 된장, 매실액도 팔 참이다. 27명이 모여 출자금도 내기로 했다. 산촌 생태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27㏊에 심은 유채꽃과 꽃양귀비(개양귀비)도 해마다 봄이면 장관을 이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산촌휴양관의 숙박시설도 더 활발히 운영할 참이다. 마을기업 대표를 맡은 백 이장은 “영명각을 찾는 가족들한테 제수용품 예약을 받으려면 홍보를 해야 하는데 거기에 드는 돈도 수백만원이라서 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22일 심동리 마을기업 등 29곳을 선정해 2년 동안 최대 8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 일자리경제정책과 김미영 주무관은 “사무실 업무, 전시 판매전 등 홍보 네트워크 구축,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과의 정책 연계를 통해 마을기업 발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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