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캠프 희생자 조문행렬
동고동락했던 친구들 빈소 찾아
교실 칠판엔 마음담은 편지 빼곡
내일 오전 학교서 합동영결식 엄수
해경, 캠프운영업체 대표도 입건
동고동락했던 친구들 빈소 찾아
교실 칠판엔 마음담은 편지 빼곡
내일 오전 학교서 합동영결식 엄수
해경, 캠프운영업체 대표도 입건
“해병대 캠프라니까 진짜 해병대에서 하는 줄만 알고 있었죠.”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저리 가지는 않았을 텐데….”
새벽참에 잠깐 흩뿌리던 비가 그친 22일 오전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사대부고. 지난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 교육을 받다 바닷물에 휩쓸려 5명이 숨진 학교에는 먹장구름이 가득했다.
숨진 학생들이 제집처럼 지냈던 2학년 교실 바로 옆 강당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의 조문이 발을 이었다. 한 여학생은 조문을 마치고 나온 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친구들을 부둥켜안았다. 이들의 교실에는 친구들이 남긴 편지 수십장과 꽃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미처 종이에 안타까운 마음을 담지 못한 친구들은 교실 칠판에 사연을 빼곡하게 적어놓기도 했다. 한 여학생은 이병학군이 다니던 2학년1반 교실에 들어와 “아직도 너의 웃는 모습과 하얀 피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니가 왜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거야… 친구들은 널 평생 잊지 못할 거야. 편히 쉬어”라고 칠판에 정성껏 적었다.
학생들의 주검이 안치된 공주장례식장 빈소에도 온종일 조문객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가장 많은 조문객은 같은 학교에서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이었다. 짧은 조문을 마치고 서둘러 떠나는 어른들과 달리, 학생들은 음식을 나르고 신발을 정리하는 등 일손을 거들었다.
유족들은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장태인군의 외할머니는 “우리 집안에 얘 하나인데…, 학교에서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안 죽었다”며 가슴을 쳤다. 진우석군의 어머니 김선미(46)씨는 “앞으로 아이들의 생명이 담보된 수련·체험 활동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물속에서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합동으로 (영결식을) 하자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평소 좋아하던 미국프로농구(NBA) 팀의 유니폼을 23일 입관 때 아들에게 수의와 함께 입힐 작정이다. 유족들은 24일 오전 9시30분 발인을 시작으로 10시 학교에서 합동영결식을 열기로 했다.
한편, 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송일종)는 22일 실제 해병대 캠프를 운영한 업체 김아무개(48) 대표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이로써 입건자는 캠프 훈련본부장 이아무개(44)씨와 안면도해양유스호스텔 이사 김아무개(49)씨, 교관들과 공주사대부고 교사 등 7명으로 늘었다. 해경은 유스호스텔 대표와 교관, 태안군청 관계자 등을 소환해 사고 당시 조처와 관리감독 사항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유스호스텔 등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분석해 과실·위법 여부가 드러나면 모두 입건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공주/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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