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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

등록 2013-07-24 20:24수정 2013-07-24 21:24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숨진 공주사대부고생 5명의 합동영결식이 24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려, 유가족들이 학생들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공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숨진 공주사대부고생 5명의 합동영결식이 24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열려, 유가족들이 학생들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공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사설 해병대캠프 희생자 영결식
장맛비 속 유족·친구들 오열
‘외롭지 않게’ 5명 한자리 합장
공주대, 명예졸업·추모비 추진
“아침이면 제일 먼저 기숙사에서 나와 담임교사를 반기던 병학이, 스승의 날 연필로 꾹꾹 눌러 ‘선생님 고맙습니다’ 편지를 썼던 우석이, 운동이면 뭐든 만능인 태인이, 아이들에게 늘 웃음을 주던 준형이, 쉬는 시간에 수줍게 질문하던 동환이…. 너희들에게 못다 한 사랑은 남아 있는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겠다.”

영정 사진 속에 환하게 웃는 제자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자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24일 오전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합동 영결식에서 학교 대표로 추도사를 하던 이한재 교사는 태안군 안면도 ‘사설 해병대 캠프’ 교육을 받다가 숨진 2학년생 제자 이병학·진우석·장태인·이준형·김동환군의 이름을 부르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영결식장엔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 채 바다로 보낸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파도에 휩쓸려 숨진 학생들의 희생을 슬퍼하는 듯 영결식 내내 비가 내렸다.

이날 영결식장이 마련된 학교 운동장엔 유가족과 학교 1·2·3학년 학생 및 교직원·시민 등 10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학교 바깥에도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 200~300명이 빗속에서도 영결식을 지켜봤다. 오전 10시10분 인근 공주장례식장에서 운구 행렬이 도착하는 순간 영정 사진을 보던 유가족들은 오열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실신하기도 했다. 희생 학생 약력과 사고 경위 보고를 듣던 유가족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을 쳤다.

학생 대표로 추도사를 한 김현겸(2학년 2반)군은 “너희들을 가슴에 묻고 너희들을 더 크게 느끼기 위해 열심히 살아갈 거야. 우리는 사대부고 울타리 안에서 피어난 198송이 꽃이잖아”라며 울먹였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서만철 공주대 총장은 어른과 사회의 잘못을 반성하는 조사를 했다. “장맛비로도 우리 어른들의 부끄러움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유족들은 우리들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유가족 대표로 나선 이후식(고 이병학군 아버지)씨는 장례 기간 내내 분향소를 지키고 찾아준 학생·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희생 학생들의 유해는 영결식이 끝난 뒤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천안추모공원으로 옮겨져 화장됐고, 인근 천안공원묘원 무학지구에 합장됐다.

한편 이날 오전 발인에 앞서 유족들과 공주대 사이에 학생들의 보상문제가 미처 합의되지 않아 30분가량 일정이 늦어지기도 했다. 공주대와 유족들은 법과 규정에 의거한 정부 보상, 공주사대 총동창회를 통한 장학금 조성,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 추진, 추모비 건립 등에 뜻을 함께한 뒤 합의문에 서명했다.

공주/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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