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댐 수몰민 사진전 여는 사진작가 이철수(60)씨
용담댐 수몰민 사진전 여는 사진작가 이철수
댐 건설 반대투쟁·이주·철거 등 담아
전북 ‘용담호 사진관’서 190점 전시
일기장·족보 등 유물 2500점도 선봬
“수몰민들의 향수 달래는 공간 되길”
댐 건설 반대투쟁·이주·철거 등 담아
전북 ‘용담호 사진관’서 190점 전시
일기장·족보 등 유물 2500점도 선봬
“수몰민들의 향수 달래는 공간 되길”
“인간 내면의 세계를 사진 1~2컷에 담아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오랜 시간 작업해 양이 방대하지만, 수몰민의 애환을 1만분의 1도 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철수(60·사진)씨가 전북 진안군 용담댐 수몰민들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오는 11일 진안군 정천면 모정리에 ‘용담호 사진문화관’을 연다. 그동안 제대로 쓰이지 않던 모정휴게소 내부를 고쳤다.
이씨는 내년 설날 전인 1월 말까지 ‘물에 잠긴 고향, 사진에 남은 사람’을 주제로 흑백사진 190점(50×60㎝ 40점, 20×30㎝ 150점)을 전시한다. 주민들이 댐 반대 투쟁에 나섰던 1995년부터 용담댐을 준공한 2001년 10월까지 6년 동안 발품 팔아 앵글에 담은 흑백사진 2만4000여컷 중에서 일부를 내보이는 것이다. 댐 건설 반대 투쟁, 이주 및 철거 과정, 환경 변화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자료로 오래 남기려 컬러사진보다 흑백사진을 고집했다고 한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39살 나이에 사진을 전공한 그는 주민들의 반대시위를 전주 도심에서 우연히 목격하면서 기록 작업을 시작했다. 2003년엔 용담댐 수몰 역사를 담은 자료집을 냈다. 앞으로 해마다 3~4회씩 투쟁, 갈등, 이별, 철거, 담수, 준공, 향수 등으로 주제를 나눠 전시회를 열 참이다.
이번 전시에는 수몰민들의 집 문패, 일기장, 땅문서, 족보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 용담댐 건설을 반대했던 탄원서, 농지 상환 문서 등 주민들의 유물 2500여점도 볼 수 있다. 그가 철거 쓰레기더미 현장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처음엔 주민들 의심을 받아 촬영하기가 힘들었어요. 조직폭력배 같은 얼굴 인상에다 카메라를 들고 구석구석을 누비니까 프락치(경찰 정보원)로 오해했나 봐요. 마을 어르신을 찾아가 훗날 역사로 남기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씀드리고서야 오해가 풀렸지요.”
그 뒤로 다큐멘터리의 핵심인 피사체(주민)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장면을 오히려 더욱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금강 상류인 전북 진안군 용담면에 건설한 용담댐은 높이 70m, 길이 498m로 저수량 기준 국내 5위 규모인 큰 다목적댐이다. 2001년 10월 준공해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 일대와 충남 서천 등에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이 댐으로 주민 2864가구, 1만2000여명이 고향을 떠났다. 이씨는 “용담호 사진문화관이 수몰민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안/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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