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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경찰, 민간인사찰’ 문건 공개 발칵

등록 2013-11-14 22:01수정 2013-11-15 11:27

보안과 작성…현직경찰 제보
‘안보 위해 내사첩보 보고’

진보인사 활동내역 빼곡
경찰 “정당한 내사 벌였다”
경찰이 국가보안법 철폐와 무상급식 등을 주장해온 강원지역 시민단체 대표와 전교조 관계자들을 내사한 문서가 공개돼 ‘민간인 사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문건은 현직 경찰이 ‘사찰’, ‘공작’ 문건이라며 사찰 대상자들에게 보내면서 공개됐다.

14일 공개된 강원지방경찰청의 ‘안보위해 내사첩보 입수보고’ 문건(사진)과 ‘수사보고’ 문건에는 춘천지역 한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한 ㄱ씨와 회원들의 인적사항·활동내역 등이 적혀 있다. 이 문서는 2010년 4월과 7월 강원지방경찰청 보안과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은 보안과에 근무했던 현직 경찰 ㅈ씨가 지난달 말께 사찰 대상이었던 시민단체 대표 ㄱ씨, 전교조 관계자 ㄴ씨 등에게 ‘경찰 민간인 사찰 증거서류’라는 이름을 붙여 우편 발송하면서 공개됐다. ㅈ씨는 시간외수당 부당 수령으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동료들이 탄원서를 써주지 않은 데 앙심을 품고 보안과 내부 문건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등으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문건에는 ‘Ⅲ급 비밀, 원본 보호기간 2020.12.30, 보존기간 10년, 사본 정보감사 수감후 파기’ 등의 도장이 찍혀 있다. 2010년 4월 작성된 문서에는 “ㄱ씨가 자신의 학문을 사회운동에 접목시켜 사회운동을 빙자한 의식화 활동이 예상된다. ㄱ씨의 과거 전력과 시민단체 활동, 다른 사회운동연합체와의 연대활동, 민주노동당과의 활동 등을 내사해 혐의점 발견시 공작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7월 작성된 ‘ㄱ씨가 활동한 시민단체의 조직체계와 임원·회원 성향 분석’ 문건에는 이 단체 대표와 임원, 주요 회원들의 학력과 직장, 전과, 주요 경력, 집회 참가 사실 등까지 연도별로 적시했다. 또 “표면적으로는 과격한 활동이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철폐와 반미·반전 등 선전·선동과 의식화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적었다. 문건을 받은 ㄱ, ㄴ씨는 “깜짝 놀랐다. 또다른 누군가도 사찰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변 의견을 수렴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안보를 해칠 활동을 했는지 등을 확인하려고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정당한 내사를 벌였고, 대상자들은 혐의가 없어 내사 종결했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는 “내사는 수사의 일환으로 그 사람이 어떤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해서 비밀경찰식으로 쫓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사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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