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6명 구속 25명 입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10년 넘게 승진시험 문제가 은밀히 유출되면서 3억원 넘는 돈이 오간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충남경찰청 수사과는 농어촌공사 직원 가운데 승진시험 문제를 미리 빼내 돈을 받고 문제를 건네거나 이들한테서 문제를 받아 응시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모두 60명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한겨레> 2013년 12월19일치 16면) 경찰은 문제 유출에 가담하거나 유출된 문제로 시험을 치른 이들 가운데 6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윤아무개(54·구속)씨와 충남지역본부 윤아무개(53·구속)씨는 1997년 시험문제 출제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엄아무개(57·구속)씨에게 접근해 2000만원을 주고 시험문제를 미리 넘겨받은 뒤 승진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윤씨 등은 2008~2011년 3차례에 걸쳐 시험 출제를 위탁받은 사회능력개발원의 엄씨와 짜고 3급 승진 또는 5급 일반직 전환시험 문제를 빼돌린 뒤 25명한테서 1000만~2100만원씩 모두 3억1550만원을 받고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사고 있다. 경찰은 2003~2007년 범행에 관여한 30명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5년이 지난 탓에 입건하지 못하고 명단을 농어촌공사에 통보했다.
특히 이들은 2000년 농지개량조합과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가 통합돼 농업기반공사(지금의 농어촌공사)로 출범하면서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직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승진시험 경쟁률이 10 대 1을 훌쩍 넘을 만큼 치열한 점도 범행을 부추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시험 위탁기관과 출제기관의 투명한 관리를 위한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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