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사회과학대학 앞에 나란히 모인 언론정보학과 임아영(왼쪽부터)·임청조·최지현·복병민 학생.
[사람과 풍경]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참여한 대학생들
충남대생 4명, ‘어메이징 데이’ 제작
6개월간 대학생의 꿈과 아픔 기록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참여한 대학생들
충남대생 4명, ‘어메이징 데이’ 제작
6개월간 대학생의 꿈과 아픔 기록
“‘요즘 대학생들 놀자판 아니냐’는 말에, 그게 아니라고 한방 날리고 싶었어요.”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임아영(25)·최지현(23)·임청조(22), 3학년 복병민(24) 학생은 지난해 6~12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경험을 했다. <교육방송>(EBS)에서 6부작(1월20~22일, 27~29일 방송)으로 기획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획·구성·촬영·편집은 물론 후반 작업까지 손수 해냈다. 전국에서 지원한 260여 팀 가운데 10개 팀에 뽑힌 덕분이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어메이징 데이’라는 작은 제목 아래 배움·관계·시험·연애·돈·취업 여섯개 열쇳말을 하루치 시간에 담고 있다. 네 학생은 대학생 다큐멘터리스트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면서 여섯달 동안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배움을 얻었다고 한다.
23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사회과학대학 신문제작실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취업이라는 차꼬에 묶인 대학생들의 현실을 프로그램 제작을 하면서 더욱 또렷하게 느꼈다고 한다. 임아영씨는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특히 더 가슴 아파했다. “1·2학년 때는 서로 잘 어울리다가 3·4학년 취업 준비 시기가 되면 인간관계를 거의 끊게 돼요. 그걸 ‘아싸’라고 줄여 부르죠.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학기에 졸업을 미뤄 ‘대학 6학년’이 됐다는 최지현씨는 “나도 아직 취업이 안 돼 불안하다. 나태해질 것도 같아서 ‘학생’으로 남으려고 졸업을 유예했다”고 말했다.
방송사 프로듀서(PD)가 꿈인 네 학생은 ‘88만원 세대’로 일컬어지는 또래 청춘들의 현실을 카메라 렌즈처럼 응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목소리로 전했다. 임청조씨는 “취업이 가장 짠하죠. 연애나 배움, 관계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다 취업으로 연결돼요. 제 학과 동기 36명 중에서 다음달 제때 졸업하는 친구는 서너명밖에 없을 정도예요”라고 말했다. 돈 문제도 대학생들에게는 커다란 고민거리다. 복병민씨는 “엄마한테 용돈 달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지금은 취업보다 이게 더 신경 쓰인다”고 했다.
자신들처럼 입시전쟁을 겪고 대학에 입학할 후배들에게 네 사람은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더 단단해지니까 덜 흔들리고 덜 좌절하고 금방 일어설 수 있겠죠.”(임아영)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 나이 또래에 누릴 수 있는 건 꼭 누리라고 충고해주고 싶어요.”(임청조) “경험을 많이 쌓는 게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걸 찾으라고 말해줄래요.”(최지현) “대학에 와도 막상 강의 들어보면 안 맞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일단 부딪쳐 보라고 하겠습니다.”(복병민)
대학생들의 꿈과 아픔, 고백과 눈물을 대학생들이 직접 기록한 ‘어메이징 데이’ 이야기는 지난 20일(1부)에 이어 27일 밤 9시50분 방송된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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