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이후 결핵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19일 시작된 역학조사를 받기 위해 학생·교직원 수십명이 길게 늘어서 있다.
10개월 전에 첫 발병 확인…최근 두달새 7명 늘어
수천명 역학조사…학생 “작년 전수조사 요구 묵살”
수천명 역학조사…학생 “작년 전수조사 요구 묵살”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최근 1년 사이 결핵 환자가 크게 늘어 보건 당국이 대규모 역학조사에 나섰다.
19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카이스트, 대전시 유성구 보건소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5월 카이스트에서 첫 결핵 확진 환자가 나온 뒤 학생 1만여명 가운데 이날까지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평균 결핵 발생률인 인구 1만명당 7.85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지난해 7개월 동안 확진 환자가 14명이었던 데 견줘 올해에는 불과 두달 사이에 7명이 추가로 확인돼 결핵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핵균은 몸 안에 있지만 발병하지 않은 ‘잠복 결핵’으로 판정받은 경우도 지난해 말 기준 92명에 이른다. 결핵은 주로 환자의 기침·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나온 결핵균을 호흡기로 들이마셔 감염되며, 국내에서는 해마다 4만명가량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유성구 보건소, 카이스트 관계자 등은 지난 18일 회의를 거쳐 이날부터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은 4개 학과(전산학과, 수리과학과, 전기 및 전자공학과, 화학과) 학부·대학원생 전체와 일부 교수·직원을 더해 모두 2822명을 대상으로 결핵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지난해 역학조사를 받은 1700여명을 더하면 지금까지 카이스트 학부·대학원생 1만여명 가운데 40%가량이 검사를 받는 셈이다. 최경만 유성구 보건소장은 “이번처럼 대규모 결핵 역학조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카이스트에서 확인된 결핵균주가 3개여서, 감염 경로가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핵 감염자 증가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교내 구성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잠복 결핵으로 판정받아 9달 동안 약을 복용했다는 한 학생은 “카이스트 학생들은 학과보다 동아리 위주로 함께 지내는데 결핵 검사를 학과 위주로만 하니 더욱 불안하다. 지난해 학교 쪽에 학생 전수조사를 건의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을 다녀온 한 교수는 “목이 아프고 기침이 심해서 결핵이 아닌가 의심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초·중·고교와 대학교·군부대 등 1200곳에서 이뤄진 집단시설 결핵 역학조사에 견줘 카이스트 상황이 특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손현진 연구관은 “다른 대학보다 카이스트에서 환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 역학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달 학교 기숙사 따위에 들어갈 때 미리 결핵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전국 보건소에 보냈다.
대전/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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