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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가 선창 뒤 보이스피싱 막는 법 얘기”

등록 2014-04-07 19:10수정 2014-04-07 22:37

김갑보(45) 경사
김갑보(45) 경사
금산경찰서 ‘소리꾼 경찰’ 김갑보

순찰돌다 어르신들과 소리판 벌여
즐거운 분위기에 홍보 효과 톡톡
“소리하는 경찰로 알아봐줄 때 보람”
동초제 춘향가 완창해보는 게 꿈
“시골 노인정에 가서 어르신들한테 민요나 판소리를 한자락 불러드리고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를 해요. 어르신들도 즐거워하시고 홍보 효과도 진짜 좋습니다.”

충남 금산경찰서 봉황지구대에 근무하는 김갑보(45·사진) 경사. 그는 ‘소리꾼 경찰관’이다. 관내 순찰을 하다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은 물론 논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순찰차를 세우고 소리판을 벌인다. 흥겨운 민요나 춘향가의 사랑가 한 대목을 하면 어르신들이 절로 신명을 낸다. 그의 천연덕스럽고 구수한 소리에 귀가 쫑긋해진 어르신들에게 농산물 절도 예방이나 보이스피싱 설명을 곁들이는 게 그의 주특기다.

요즘은 지나가는 그를 보고 마을 주민들이 먼저 소리를 청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 3일 대전 대사동 ‘동초제 판소리 고향임 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신고를 받고 출동 나갔을 때 주민들이 소리해주는 경찰관이라고 알아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경사가 판소리에 발을 들인 것은 2006년. 충남경찰청에서 마련한 직장교육이 대전 보문산에서 열렸는데 때마침 고향임(57) 명창이 야외 음악당에서 소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판소리보다 민요를 배우고 싶어서 주저했는데 두달 동안 계속 판소리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가서는 배우고 싶다고 했죠.”

김 경사의 소리 스승인 고 명창은 2009년 9시간 가까운 동초제 춘향가를 완창했으며, 지난해 대전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동초제 춘향가는 동초 김연수(1907~74) 명창이 소리를 짜서 전수한 것으로, 5~6시간짜리 다른 춘향가보다 내용이 풍부한 만큼 분량이 더 길다. 고 명창은 “김 경사가 광대의 끼를 타고나서 비유도 좋은데다 상성부터 하성까지 목이 좋다”고 칭찬했다.

민요를 좋아해 늘 읊조리던 어머니의 흥을 물려받았다는 김 경사는 출퇴근길에는 차 안에서, 퇴근하고 나면 금산 집에서 날마다 소리 공부를 한다. 충남경찰청에서 근무할 때는 소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교통관제센터 옥상에서 저녁마다 목을 풀고는 했다. “소리가 하늘로 퍼져 다른 사람들한테 안 들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직원들이 ‘소리 연습 하나 보다 하고 들려도 말을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10월 충남 서천군에서 열린 이동백 추모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는 신인부 출전자 47명 가운데 대상도 받았다.

아직 미혼인 그는 사단법인 한국판소리보존회 이사와 대전지부 사무국장도 맡고 있다. 그는 “소리를 하면 강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선 느낌이 들어요. 상념이나 잡념,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속이 시원해진다”고 말했다. 스승 고향임 명창에게 소리를 계속 배워 언젠가는 동초제 춘향가를 완창하는 게 그의 꿈이다.

대전/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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