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가마니 581개, 3200만원 어치 훔쳐
자식들 주려고 보관한 농부들, ‘속앓이’
자식들 주려고 보관한 농부들, ‘속앓이’
가을걷이 뒤 자식들에게 주려고 남겨둔 농가의 벼 수백가마니를 훔친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부여경찰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충남 천안·아산·금산을 뺀 도내 12개 시·군을 다니며 농촌 창고에서 벼 3200만원어치를 훔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절도)로 김아무개(47)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 한적한 시골 농가의 개인창고나 공동창고 자물쇠를 부순 뒤 가마니째로 벼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훔친 벼는 40㎏짜리 가마니로 581개에 이른다. 특히 김씨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화물차가 아닌 승용차를 이용했다. 차량 조수석과 뒷좌석, 트렁크에 벼 가마니를 가득 채워 달아났으며, 많게는 한번에 20가마니까지 훔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한테서 벼를 26차례나 사들인 혐의(업무상 장물 취득)로 아산의 한 정미소 업주 박아무개(67)씨도 불구속 입건됐다.
오세윤 부여경찰서 수사과장은 “김씨가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없는 창고만 골라 범행을 저지른 탓에 검거에 두달 가까이 걸렸다. 피해 농가들은 외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주려고 남겨둔 벼를 도둑맞은 뒤 속앓이를 해왔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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