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해마다 5월 개장
충남 서천군에 하나뿐인 농산물 무인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다.
마산면 벽오리에 가면 버스정류장 옆에 예스러운 글씨로 간판을 단 ‘벽오리 무인가게’(사진)를 볼 수 있다. 2011년 여름 처음 문을 연 무인가게는 올해로 벌써 4년째다. 해마다 5월 초에 문을 열어 12월이 되면 닫는다. 올해는 지난 9일 개업했다. 박대수(42) 이장의 제안으로 생긴 이곳에는 19가구 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상추·쑥갓·마늘종·달걀·열무는 물론 들기름, 매실 농축액 등 ‘벽오리산’ 농산물 10여가지가 빼곡하다. 날마다 아침 8시에 주민들이 그날 팔 농산물을 가지고 오면 가격표를 붙이고 장부에 일일이 기록을 한다. 그리고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 7시에 다시 모여서는 판매된 양에 맞춰 정산을 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는 벽오리를 벗어나 마산면에서도 일부 농산물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무인가게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툭하면 농산물을 도둑맞기 일쑤여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달거나 차량 블랙박스로 촬영해 도둑을 잡아보자는 말들도 오갔다. 올해는 주민들이 20만원을 모아 가로 3m, 세로 1m짜리 ‘양심 거울’을 달았다. 반대로 하루 매출액이 22만원에 이른 날도 있었다. 가게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들기름·참깨 등속이 많이 팔렸던 날이다. 몽골텐트로 시작했던 가게를 군에서 2012년에 지금처럼 반듯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박 이장은 13일 “가게 운영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분만 있다면 무인가게 2호점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서천군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