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부산시교육감에 취임할 김석준 부산대 교수가 18일 자신의 대학 연구실에서 “3000권이 넘는 책을 이달 말까지 정리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32년 동안 머무른 대학을 떠나는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인터뷰/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
교육엔 이념과 진영 논리 없어
학생위한 좋은 정책 실행이 중요
일반고 육성하되 자사고 폐지 안해
서부산권 30곳 혁신학교 검토
교육엔 이념과 진영 논리 없어
학생위한 좋은 정책 실행이 중요
일반고 육성하되 자사고 폐지 안해
서부산권 30곳 혁신학교 검토
“학생과 부모가 성적 때문에 싸우지 않고, 학생과 교사가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김석준(57) 부산시교육감 당선자는 각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연일 현장을 방문하고 쏟아지는 언론사 인터뷰 요청에 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8일 책으로 빼곡한 부산대 사범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첫번째 교육감이 된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당선에 대해 “부산 교육을 바꾸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컸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60% 이상의 시민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그는 “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하면 부산의 정치 지형이 더 많이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 교육감과 진보 교육 등의 용어는 기득권층의 자기방어 논리에 불과합니다.”
그는 교육감을 진보와 보수로 가르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교육에는 이념과 진영 논리가 있을 수 없다. 학생들을 위해 누가 더 좋은 정책을 준비하고 더 잘 실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경기·광주 등 전국 10개 광역단체가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은 685억원을 들여 초등학교만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데, 중학교까지 확대하려면 친환경 급식비 68억원을 포함해 483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부산시교육청이 초등학교 무상급식 비용을 사실상 홀로 부담하고 있어서 부산시와 구가 재정을 분담하지 않으면 차질이 예상된다.
그는 “중학교 무상급식 문제도 정치 논리가 아니라 중학교 의무교육의 필수적 학습환경으로 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연간 53만원인 중학생 1인당 급식비에 대한 시민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에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일반고 육성에 중점을 두겠다”며 학력 향상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대다수 학생이 진학하는 일반고의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전반적인 학력 향상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를 폐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특수목적고는 이중 삼중으로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도한 특혜성 지원이 있는지, 본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당선자는 “지역간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이 많은 서부산권 등의 초등학교 20곳과 중학교 10곳 등 30곳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지원센터를 세우고, 입학사정관제 대비 교내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논술 담당 교사의 수업시간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육행정 공무원과 교육주체의 마음이 바뀌어야 제도와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변화와 개혁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겠다. 전시행정과 의례적 관례는 없애겠다”며 교육개혁 원칙과 방안을 제시했다.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과 폭력에 대해선 “사춘기 증상이 심한 중학교 2학년생의 학급인원을 줄여 교사가 밀착해서 제자들의 학습·인성 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지켜나가는 학교생활협약을 확산시키고, 청소년 인권교육센터와 학교폭력치유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관계에 대해선 “공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고 공교육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사교육이 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교사들의 잡무를 대폭 줄여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초·중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국·영·수 과목이 아니라 예술·체육 등의 과목으로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32년 동안 부산대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학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좀더 충실하게 수업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쉬움은 더 넓은 교육현장에서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