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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평일 면사무소 비워놓고 제주 단체여행간 직원들

등록 2014-07-11 00:59수정 2014-07-11 08:06

태안 근흥면 17명 중 13명 2박3일
출장처리까지…면장·부면장 포함
군, 항의민원 받고도 안막아
감사 벌이고도 ‘훈계처분’만
면사무소 직원 대부분이 평일 오후에 공무출장을 내고 제주도 단체여행을 다녀와 물의를 빚고 있다. 군청은 감사를 벌이고도 징계가 아닌 훈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사무소 직원 13명은 지난달 27~29일 제주도로 2박3일 단체여행을 다녀왔다. 면사무소 직원 17명 가운데 80%에 가까운 인원이며, 책임자인 면장·부면장까지 모두 자리를 비우고 여행을 떠났다. 이날은 진태구 전 군수의 퇴임식이 있었던 금요일이었고 이들은 여행을 떠나면서 공무출장 처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여행을 떠난 사이 면사무소에는 직원 4명만이 남아 있었다. 지방공무원법(50조)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공무원 행동강령(7조)에서는 여비·업무추진비 등 공무 활동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30분께 면사무소를 떠나 저녁 7시 청주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편을 이용한 직원들은 현지에서 마라도와 서귀포 새연교 방문,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구경, 올레길 체험, 제주서커스월드 관람 등 일정을 보냈다. 지난 2월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들은 1명당 64만원씩 여행 비용을 부담했다. 태안군은 직원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인 당일 오후 6시께 항의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면사무소 쪽은 단체여행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4일 ‘관광지 비교체험을 위한 직원 선진지 견학 결과보고’라는 문서를 서둘러 만들기도 했다.

자체 감사를 벌인 태안군 기획감사실은 면사무소에서 작성한 결과보고서 자체가 비판을 의식한 변명거리에 불과한 것을 비롯해 모든 부분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한상기 군수는 이들 13명에게 지난 9일 징계가 아닌 훈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고 면사무소에는 기관경고를 통보했다. 문제가 된 근흥면은 한 군수의 고향이다. 신아무개 근흥면장은 10일 “여비를 뺄 목적으로 출장 처리를 한 것은 아니고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그렇게 했다. 바람도 쐴 겸 벤치마킹을 위해 여행을 계획한 것인데 판단이 적절치 못했다”고 해명했다.

강희권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의장은 “공직기강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인데도 군에서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은 더 큰 문제다.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쪽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신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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