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충남 논산시 자택에서 이후식씨가 지난해 7월 사설 해병대캠프 훈련을 받다 숨진 아들 병학군의 사진을 보고 있다. 병학군은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사고 열흘 전 사진을 찍었지만 끝내 영정사진으로 쓰이고 말았다.
유가족 대표 이후식씨 인터뷰
“모래채취 갯골…미필적 고의 살인”
태안 숙박업소 사명 바꿔 버젓이 영업
위로금 반토막 등 ‘정부에 배신감’
내일 공주사대부고서 1주기 추모행사
“모래채취 갯골…미필적 고의 살인”
태안 숙박업소 사명 바꿔 버젓이 영업
위로금 반토막 등 ‘정부에 배신감’
내일 공주사대부고서 1주기 추모행사
‘사업 종목: 해병대 체험….’
지난해 7월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인근에서 17살 고교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무자격 교관들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은 채 군가를 부르게 했고 ‘뒤로 취침’을 시키며 바다로 내몰았다. 이날 공주대 사범대 부설고 2학년 198명 가운데 5명은 끝내 땅을 밟지 못했다. 사고를 낸 안면도유스호스텔은 지난해 10월31일 해가든유스호스텔로 이름을 바꿔 사업자 등록을 했다. 대표는 여전히 오아무개씨로 같은데다 사업 종목도 ‘해병대 체험’이 버젓이 적혀 있다. 유가족들이 가슴을 치는 이유다.
16일 충남 논산시 내동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난 유가족 대표 이후식(47)씨는 사건의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다. “지난 14일 사고 현장에 가니 또다시 모래 채취 작업을 하고 있어요. 지난해 사고 한달 전에도 아이들이 파도에 휩쓸린 곳 주변에서 깊이가 1m 넘도록 모래를 파낸 갯골이 있었습니다. 이건 자연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모래를 퍼냈기 때문에 만들어진 거예요.” 유가족들의 바람과 달리 1심 재판에서 유스호스텔 대표 오씨는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 이사와 교관·훈련본부장 등 5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2년을 받는 데 그쳤다. 이씨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에요. 사고 장소가 위험하다는 것을 교관들이 뻔히 알면서도 구명조끼도 없이 아이들을 바다로 끌고 들어간 게 분명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정부의 이중적이고 무성의한 태도에 또 억장이 무너진다. 사고 6일 뒤 영결식에 앞서 서만철 당시 공주대 총장은 유가족들과 6개 항의 합의서에 각각 서명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꾸린 사고대책본부는 영결식 뒤 유명무실해졌고, 특별위로금 4억원은 2억원으로 반 토막 났으며, 장학재단이나 추모공원 설립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공주의 한 식당에서 유가족들을 만났지만 변명으로 일관하다 돌아섰다. 나아가 이영이 공주사대부고 교장은 숨진 학생들의 명예졸업장만이라도 하루빨리 수여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로 숨진 부산외대 신입생 9명에게 영결식 당일 명예졸업장이 주어진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사건이 차츰 잊혀지고 정부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사이 이씨 등 유가족들은 지난해 12월3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80여차례 외로운 1인시위를 벌였다. 아들을 잃은 뒤 심한 기침에 시달리고 있는 이씨는 “국회나 언론 모두 세월호 참사에 집중할 뿐 태안 사고는 작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환·이병학·이준형·장태인·진우석. 이들을 결코 잊지 못하는 가족들은 18일 모교에서 1주기 추모행사를 연다. 가해자들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일주일 뒤인 25일 열린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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