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보험금 노리고 임신한 캄보디아 출신 아내 살해

40대 남성, 8톤 화물차 고의로 들이받아 교통사고 위장
국과수 조사 결과, ‘졸음 운전’ 아니 ‘고의 사고’ 드러나
보험금 청구 못해…피의자는 계속 “졸음운전 사고” 주장

100억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캄보디아 출신의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경찰 수사로 붙잡혔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지난 8월23일 새벽 3시40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삼거리 휴게소 앞 비상주차대에 정차돼 있던 8톤 화물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이아무개(25)씨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남편 이아무개(45)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로교통공단·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사고 영상과 현장 조사, 시뮬레이션 작업을 해본 결과 ‘졸음 운전’이었다는 이씨의 주장과 달리 고의적인 사고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씨가 운전하던 승합차가 사고 지점 800m 앞에서 구부러진 구간을 안전하게 돌아나왔고 400m 앞에서는 상향등을 켜 전방 상황을 살폈다는 것이다. 또 사고 직전 승합차의 운행 방향이 갑자기 2차례 바뀐 뒤 승합차의 조수석 쪽으로 앞 화물차에 충돌하는 등 짧은 시간에 운전대 조작이 여러 차례 이뤄져 전형적인 졸음운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고 당시 이씨는 안전띠를 매고 있어 갈비뼈 2개에 타박상을 입었을 뿐이지만 아내는 안전띠를 매지 않아 현장에서 바로 숨졌다. 특히 피의자 이씨가 사고 전 부인에게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수면 유도제를 먹여 잠들게 했던 사실이 부인의 혈흔 감식 결과 확인됐다. 디펜히드라민은 일반 수면제보다 성분이 약해 병원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충남 금산에서 생활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씨는 2008년 캄보디아 국적의 피해자와 국제 결혼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5살 딸이 있으며, 사고 당시 부인은 임신 7개월이었다. 앞서 피의자 이씨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16살 된 딸이 있으며, 이후 중국 여성과도 한 차례 결혼을 했다 이혼했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ㅎ생명을 비롯해 11개 보험회사에서 모두 26개의 생명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보험 가입 명의는 부인이었고 수령인은 자신으로 지정했다. 다달이 보험료 360만원을 납입했고 보험금 액수는 95억원에 이른다. 이씨는 사고 뒤 경찰 조사가 이어지면서 보험금을 청구하지는 못했다.

천안동남서 쪽은 “피의자 이씨는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났다’며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진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