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용역업체에서 고용승계 거부
민주노총 노조원 솎아내기 의혹
민주노총 노조원 솎아내기 의혹
정부가 스스로 만든 비정규직 보호지침과 계약 조건조차 지키지 않아 새해 초부터 정부세종청사 용역노동자들이 한꺼번에 해고됐다. 노조원들을 겨냥해 해고가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노조는 5일 자료를 내어 정부세종청사 1~3단계 구역에서 일하는 시설관리·특수경비 노동자들 가운데 최소한 30여명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세종청사에는 시설관리 노동자 등 1000여명이 정부와 위탁계약을 맺은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으며, 지난달 모두 새 용역업체가 선정됐다.
특히 청사 출입통제·방화관리를 맡고 있는 특수경비직 노동자 가운데 민주노총 조합원이 6명인데 5명이 새 업체로부터 고용 승계를 거부당했다. 이 가운데 2명은 최근 노조 탈퇴를 약속하고 재고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관리직 해고자 5명 가운데에는 지난해 9월 노조 결성을 이끌었던 노동자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노조원들을 특정해 고용 승계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부터 세종청사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는 특수경비직 해고자 김아무개(38)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2년 세종청사 1단계 이전 당시 난방시설도 없는 곳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고생했는데 해고 사유조차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는 2012년 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을 내놨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을 승계해야 하고, 근로조건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계약 해지 또는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맺은 새 용역업체들과의 계약 조건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정부 스스로 이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주낙곤 충남지역노조 정책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허울뿐인 구호임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발주기관인 행정자치부 소속 정부세종청사관리소는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고용이 승계되도록 해야 하며, 고용노동부는 해당 용역업체에 대해 즉각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옥 정부세종청사관리소 관리과장은 “용역업체에서 근무평가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시킨 것으로 안다. 고용 승계가 안 된 노동자 수는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곧바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세종/전진식 전종휘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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