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가 관료를 감사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송병춘 서울시 감사관은 ‘서울시 공무원 조직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조직도에서 감사관은 시장 바로 밑이자 공무원의 정점에 있는 행정1부시장에 소속돼 있다.
송 감사관은 27일 <한겨레>와 만나 최근 서울시가 시장 직속으로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감사위원회 추진 과정에 대해 소회를 밝혔다. 감사위원회를 기존의 관료 기구와 다른 독립기구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거센 내부 반발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 공모를 통해 감사관이 됐고, 다음달 15일 임기가 끝나 서울시를 떠난다.
-지난해 초 감사기구 개편안을 처음 제안했다고 들었다.
“관료들의 반발이 컸다. 관료들은 ‘시장도 감사 대상이 된다’ ‘의회도 있고 감사원도 있는데 시장 손에서 벗어나는 감사기구를 따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논리로 시장을 설득했다. 그래서 계속 늦어졌다.”
-관료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보자. 아주 작은 사업이지만, 여성안심택배 1000개를 만들겠다는 사업이 있다. 실제 현장을 살펴보니 이용하기 어려운 후미진 곳에 설치됐다든가, 장사하는 주민들의 개인 사물함으로 이용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감사기구는 이런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담당 팀장이나 과장, 심지어 국장까지 문책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감사 주체와 대상이 모두 관료면 온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감사 내용이 나에게 보고되기도 전에 팀장급 등에서 술술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감사기구가 관료기구에서 독립하면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안심택배 사례는 한 팀 정도가 하는 작은 사업이지만, 수백억원씩 들어가고 수많은 공무원들이 관여돼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해보라. 감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번에 그만두는 이유는?
“애초 감사위원회 설립을 시장에게 설득할 때부터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혁신의 요체는 감사기구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감사기구 혁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서울시 밖에서 지원하고 감시하겠다.”
글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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