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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산골 독거노인들의 겨울나기

등록 2015-02-17 15:58수정 2015-02-17 17:28

강원도 영월군 흥월1리 경로당 여성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원도 영월군 흥월1리 경로당 여성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원도 영월군은 산골 독거노인의 주거여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독거노인 '공동생활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영월군 관내 김삿갓면 와석2리, 북면 공기2리, 영월읍 흥월1리 3곳에 공동생활터가 있다. 영월읍내에서 30리 떨어진 산골에 위치한 흥월1리를 찾았다. 예전에는 동강이나 서강을 배로 건너야만 들어갈 수 있는 오지마을 중의 하나였다.

흥월1리 노인회는 총 38명이다. 노인회는 만 65세가 되어야 가입할 수 있다. 노인회 회원들 중 최고령자는 95세. 마을에는 독거노인 6명이 있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김순분(83) 할머니는 두통이 심하다. 혈압약과 두통약, 손발 저려서 먹는 약을 달고 산다. 엄금열(82) 할머니는 혈압약과 골다공증약, 관절염약을 매일 복용한다. 최이해(80) 할머니는 복용하는 약은 없지만 기력이 예년보다 못하다. 방옥연(79) 할머니는 몇 년 전 밭일을 하다가 다친 허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다. 혈압과 당뇨로 고생을 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이 고향인 전옥출(78) 할머니는 어깨와 다리가 불편하다. 평상시 속이 좋지 않아 자주 체하신다. 그리고 유제원(78) 할머니는 기자가 찾았을 때 속병 때문에 급히 원주 시내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셨다. 각자 지병을 가지고 있지만 독거노인 여섯 분은 “경로당에서 겨울철에 함께 지내니 한결 지내기가 좋다, 누가 좀 아프면 돌봐주고 서로 의지한다”라고 밝은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강원도 영월군은 지난해부터 관내 3개 마을 경로당 내 공동생활터에서 혹서기와 혹한기에 독거노인분들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흥월1리에서 홀로 사는 김순분(83, 맨 왼쪽부터), 엄금열(82), 최이해(80), 방옥연(79), 전옥출(78).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원도 영월군은 지난해부터 관내 3개 마을 경로당 내 공동생활터에서 혹서기와 혹한기에 독거노인분들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흥월1리에서 홀로 사는 김순분(83, 맨 왼쪽부터), 엄금열(82), 최이해(80), 방옥연(79), 전옥출(78).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독거노인 여섯 분 중 유제원(78) 어르신이 몸이 편찮아, 외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과 함께 급하게(왼쪽 도로를 따라가는 차량) 병원으로 가고 있다. 유 할머니는 며칠 뒤 집으로 돌아왔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독거노인 여섯 분 중 유제원(78) 어르신이 몸이 편찮아, 외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과 함께 급하게(왼쪽 도로를 따라가는 차량) 병원으로 가고 있다. 유 할머니는 며칠 뒤 집으로 돌아왔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노인회 38명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오전 10시쯤이면 마을 경로당에 나온다.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밤새 안녕을 묻는다. 따뜻한 밥과 국을 차려 점심을 함께 드신다. 한해 농사로 지은 고구마, 집에서 만든 만두 등을 공동생활터에 가져와 같이 먹기도 한다.

강원도 영월군 흥월1리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직접 해서 먹는다. 다른 방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원도 영월군 흥월1리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직접 해서 먹는다. 다른 방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흥월1리 독거노인 다섯분이 늦은 밤 경로당에서 만두와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흥월1리 독거노인 다섯분이 늦은 밤 경로당에서 만두와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오세분(59) 치매예방체조강사로부터 율동을 배운다. 경로당 큰방은 금세 빠른 비트의 음악이 넘쳐나고 어르신들은 음악에 맞춰 한바탕 몸을 흔든다. 난이도가 높은 동작은 아니지만 율동을 하는 내내 어르신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잠시 옛날 고고장 분위기로 변한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찬다.

오세분(59) 치매예방건강체조 강사가 영월군 흥월1리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간단한 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오세분(59) 치매예방건강체조 강사가 영월군 흥월1리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에게 간단한 체조를 가르치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흥월1리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이 치매예방을 위해 화투를 치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흥월1리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이 치매예방을 위해 화투를 치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오후 4시 30분 격렬한(?) 율동이 끝난 뒤 휴식을 취한 어르신들은 일찍 저녁을 먹는다. 산골의 해는 짧다. 다섯 시가 넘으면 해가 고개를 넘어간다. 집이 먼 산속에 있는 분들은 이른 저녁을 먹고 서둘러 집으로 가야 한다. 달이 뜨자 남은 독거노인 다섯 분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집으로 돌아가 썰렁해진 공동생활터 방을 치우고 이불을 편다. 산골의 밤은 고요하다. 할머니들의 가냘픈 숨소리만 밤을 지켜낸다.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강원도 영월군 흥월1리에서 홀로 사는 최이해(80) 할머니가 경로당에서 300여m 떨어진 집에 들러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원도 영월군 흥월1리에서 홀로 사는 최이해(80) 할머니가 경로당에서 300여m 떨어진 집에 들러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독거노인 다섯분이 영월군 흥월1리 경로당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독거노인 다섯분이 영월군 흥월1리 경로당에서 함께 잠을 자고 있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울 강원도 산골은 춥다. 이른 새벽녘 밤하늘의 달과 가로등이 밤을 지키고 있다. 구들장을 덮인 온기는 굴뚝으로 하얀 김을 내뿜는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울 강원도 산골은 춥다. 이른 새벽녘 밤하늘의 달과 가로등이 밤을 지키고 있다. 구들장을 덮인 온기는 굴뚝으로 하얀 김을 내뿜는다. 영월/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영월/사진·글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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